지반탐사 예산 23억 늘린다지만 ‘미봉책’…"깊은 싱크홀엔 무용지물"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추경안에 '싱크홀 예방' 예산 편성
추가 탐사 장비, 지반탐사 한계 여전
최대 20m 깊이 탐지 가능 GPR 장비
'성능 검증 미비'로 도입 무산…도입 재검토

지난 14일 오전 7시께 부산 사상구 감전동 새벽시장 맞은편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상~하단선 부산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인 이곳에선 하루 전인 지난 13일에도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4일 오전 7시께 부산 사상구 감전동 새벽시장 맞은편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상~하단선 부산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인 이곳에선 하루 전인 지난 13일에도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과 서울, 광주 등 전국에서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지반탐사 지원을 위한 예산’ 22억 7300만 원을 반영했지만 미봉책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형 싱크홀 사고는 대부분 땅을 깊게 파는 대형 굴착 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추가로 탐사 장비 등을 구입하더라도 탐사 심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전국 대형 굴착공사장 98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26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 지방자치단체의 도로 지반탐사 지원을 위한 예산 13억 6000만 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이 차량형 지반탐사 장비를 구입하기 위한 예산 9억 1300만 원을 편성했다.

추경 예산안으로 국토안전관리원이 구입하는 지표 투과 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는 땅속에 레이더를 쏴 내부 상태를 파악하는 장비로, 탐지할 수 있는 최대 깊이가 2m 안팎에 불과하다. 상하수도관이 지하 3m 이내에 매설되기 때문에 노후 상하수도관 누수를 미리 감지해 싱크홀을 예방하는 데는 유효할 수 있으나, 더 깊은 굴착공사에 의한 싱크홀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여전하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사상구 등 유관기관이 지난 23일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인근의 싱크홀 취약지점 합동점검에 나섰다.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공사장 인근의 양수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사상구 등 유관기관이 지난 23일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인근의 싱크홀 취약지점 합동점검에 나섰다.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공사장 인근의 양수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재 도로 탐사용으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GPR은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며 "지하철도 건설 등 대규모 굴착 공사, 깊은 지하 구조물 건설, 깊은 곳에 매설된 간선 관로 문제로 인한 지반침하 위험은 지금의 차량형 GPR 기술로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에서는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1공구에서 지난 13일·14일 연이어 싱크홀이 발생하는 등 해당 건설 현장 인근에서 2023년에 3차례, 2024년에는 8차례, 올해 3차례 등 총 14건의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부산시는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28일부터 특별감사에 착수하기로 해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과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의 경우 사고 발생 3개월 전 차량형 탐사장비를 이용한 사전 탐사가 진행됐으나 이상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시청 앞에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즉각 공개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시청 앞에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즉각 공개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안전관리원 역시 이런 한계를 인지하고 최대 20m 깊이까지 탐지할 수 있는 '장심도(長深度) GPR 장비' 도입을 검토했으나,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올해 초 도입이 무산됐다.

대형 싱크홀로 인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국토안전관리원은 장심도 GPR 도입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대규모 지하 공사 전 정밀 지반 조사를 의무화하고 설계를 강화하는 한편, 공사 중에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올해 정부가 '건설 및 지하안전사업 관리' 본예산으로 16억 8700만 원을 편성했으나 지하안전보다는 건설현장 부실시공 관리와 불법행위 근절 사업에 치중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예산정책처는 "대형 지반침하 사고 발생에 따른 인명·재산 피해가 현실화하고 나서야 이를 추경안에 편성한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국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 "지하 구조물도 점점 늘어나서 단순한 일회성 사고가 아니고 그야말로 '위드 싱크홀'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돼 버렸다"며 "지금까지 지하 공사와 관련돼 있는 설계 기준이라든지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한 입찰 관리 문제, 관리 감독 문제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