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공, 4200억 원대 ‘블루본드’ 발행 성공… ‘친환경’에 투자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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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공기관 중 두 번째 사례
해양 및 수자원 보호 등에 활용
목표액 12배인 37억 달러 몰려
꾸준한 채권 발행 등 흥행 요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내 공공기관 중 두 번째,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 중 처음으로 4200억 원대 친환경 해양산업 투자 특화 채권인 블루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해진공은 지난달 29일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블루본드 공모 채권 3억 달러 발행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블루본드는 해양·수자원 보호, 지속가능한 해운산업 프로젝트 등으로 투자 용도가 정해진 글로벌 채권이다. 친환경 프로젝트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그린본드와 달리 해양 부문에 특화된 채권이다.

해진공은 해양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예산이 아닌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채권 발행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이 가운데 블루본드는 해진공으로서는 처음 시도한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2023년 1월 수출입은행이 처음 발행한 이후 민간에서는 지난달 23일 한화퓨처프루프가 처음 시도했을 정도로 생소한 채권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선포 이후 글로벌 채권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선물거래소 변동성지수(VIX)가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4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52.3)를 기록할 만큼 극심한 혼돈의 시기였다.

해진공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달 29일 블루본드 공모를 진행했는데, 목표로 한 3억 달러의 12배가 넘는 37억 달러의 주문이 접수됐다. 참여한 투자사도 149곳이나 됐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가산금리도 0.375%포인트 낮출 수 있게 됐다.

해진공은 혼돈의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한국 공공기관이 오랜만에 발행하는 블루본드라는 점, 2023년 이후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다양한 채권 발행으로 꾸준히 인지도를 높인 점, 유럽과 미주 등 기성 투자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지속로 개최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점 등을 꼽았다.

해진공은 해수부 산하 기관 중 처음으로 블루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정부와 국제기구의 ESG 활동에 기여하고, 해운·금융 유관 산업의 친환경 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은 앞으로 △암모니아, 메탄올 등 저탄소 연료를 활용하는 선박 투자 △저탄소 연료 공급과 관련한 항만·인프라 투자 △해상풍력발전 설치 선박, 지원 선박 투자 등에 활용된다. 마침 해운업계는 지난달 11일 국제해사기구(IMO)가 2027년부터 기준치 초과 탄소 배출 선박에 대해 톤당 최소 10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자고 합의한 이후 해양 탄소 배출 저감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진공의 이번 투자금이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에 단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해진공 안병길 사장은 “이번 블루본드 발행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지속가능한 해양 가치 실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신뢰 구축이라는 큰 이정표”라며 “이 투자금을 지원받는 해양 산업계에도 ESG경영에 동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어 국내 해양 관련 공공 부문과 산업계 전체에 선순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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