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참 늦은 추경이지만 힘겨운 서민 경제 온기 돌게 해야
예산 확보돼도 체감 지체 땐 효과 반감
'위기 관리' 국가의 존재감에 믿음 줘야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합의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튿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의결됐다. 정부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0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는 기록적인 속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추경은 위기의 국가 경제와 민생 회복을 위해 절박하면서도 시급한 과제였다. 하지만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가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뒷걸음질을 쳐 역성장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추경은 경기의 바닥을 지탱하고, 서민 경제에 온기를 돌리는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확정된 추경은 13조 8000억 원으로 12조 2000억 원인 정부안에 비해 1조 6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번 추경은 경기 진작과 민생에 우선순위가 두어질 수밖에 없다. 침체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8000억 원이 증액됐고,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4000억 원은 새롭게 반영됐다. 농축수산물 할인(1000억 원), 국가장학금(1157억 원)도 증액됐다. 소상공인 경영 부담 경감(2조 6000억 원), 영세 중소사업자 매출 기반 확대(2조 원), 취약계층 생활 안정(6000억 원)도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추경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집행 속도와 방식에서 운용의 묘가 발휘되어야 한다. 소상공인, 청년층, 취약계층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추경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중국 경기 둔화, 글로벌 무역 위축 속에서 내수와 수출 모두 활로를 찾기 어렵다. 기업 투자는 움츠러들고,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일자리는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의 핵심은 ‘심리 회복’에 있다. 정부가 명확한 우선순위를 세우고 실질적으로 고통받는 계층에 집중 투자해 ‘위기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에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 심리도 살아나고,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선심성 항목을 배제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 중심으로 성과를 보여야 할 때다.
고금리·고물가를 버티느라 서민들은 지갑을 닫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생사기로에 처했다. 추경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신속하고 정교한 집행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예산이 배정되어도 체감이 지체되면 효과는 반감된다. 지역 경제에 온기가 돌게 하려면 신속한 집행, 특히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직접적 소비 진작 수단은 조기 투입되는 게 옳다. 뒤늦은 추경이라도 서민 경제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추경은 단지 예산의 집행에 그치지 않는다. 얼어붙은 심리를 뚫어 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정의 진정성과 집행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