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일화 샅바싸움·사법리스크 논란… 비전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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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논의 시너지 내야
민주당 대법원 선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4일 한센인 마을인 경기도 포천시 장자마을을 방문, 이길용 한국한센인총연합회 회장 발언을 듣던 중 이 회장이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양보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자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4일 한센인 마을인 경기도 포천시 장자마을을 방문, 이길용 한국한센인총연합회 회장 발언을 듣던 중 이 회장이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양보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자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2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번 대선 후보 구도가 구체화됐다. 보수 진영 두 후보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각 후보 진영은 이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 하지만 각 후보와 정당들은 이익 계산과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정치 공학에만 의존할 뿐 국가 미래나 지역 균형발전 등을 위한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 후보를 지키기 위해 ‘입법 폭주’로 치달으면서 뚜렷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56.53%를 득표해 43.47%에 그친 한동훈 후보를 누르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김 후보가 보수 진영 정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한 후보와의 단일화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양 측은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 방식과 절차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단일화 마지노선인 11일 전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단일화에 합의하기 위한 치열한 샅바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두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파면 사태를 딛고 새로운 국가 미래를 열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이익 계산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비전 제시를 통해 보수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선 행보에 암초를 만났다. 민주당은 현재 이 후보를 지키기 위한 ‘방탄 입법’에 몰두하고 있다.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 후보에게 적용된 허위사실공표죄를 일부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도 추진한다. 대법원장 탄핵 카드까지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판단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법원조차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국가 미래를 위한 비전 정립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 질서가 급변하는 이 중대한 시기에 대선 후보들이 새로운 국가 청사진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무척 유감스럽다. 더욱이 정치권도 대선 정국을 핑계로 국가의 미래를 건 관세전쟁 등엔 아예 눈을 감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한 대행과 ‘대대행’마저 연이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방향타마저 상실한 상태다. 각 대선 후보들은 국가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밝혀 국민들의 불안부터 해소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를 갖도록 하는,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공약 대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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