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주자들까지 당 비판 가세… 단일화 공방에 더 멀어진 국힘 ‘원팀’
홍준표 “윤석열이 나라도 당도 망쳐” 정면 비판
안철수·한동훈도 단일화 갈등 겨냥해 작심 발언
단일화 대신 내홍 확산…보수 ‘원팀’ 전략 흔들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경선에 탈락 후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홍준표 후보가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 간 단일화 갈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경선에 참여했던 주자들까지 연이어 당을 비판하며 내분이 깊어지고 있다. 단일화를 통해 ‘원팀’을 만들겠다는 전략이 오히려 보수 진영 분열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선 과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처음엔 국회의원 48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70여 명의 지지를 받았고, 여론조사에서도 앞섰기에 과반 승리를 예상했다”며 “하지만 용산과 지도부가 한덕수를 띄우며 탄핵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몰고 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지도부는 김문수가 만만하니 나를 떨어뜨리자는 공작을 벌였다”며 “그걸 경선 2차 투표 직전에야 알아차렸고, 이후 이 판에서 더는 버틸 수 없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왜 김문수를 비난하나. 그는 공작을 역이용했을 뿐”이라며 “무상열차 타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덕수를 왜 비난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나라 망치고 당도 망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전 시장은 지난 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도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김 후보 교체설에 대해 “대선 경선 4강에 든 후보들은 최소한 2억 원씩 비용을 냈다”며 “그걸 모두 변상한 뒤 후보를 교체하든 말든 하라”고 요구했다. 또 “당 지도부가 단일화에 매달리는 것은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같다”며 “윤 전 대통령은 더 이상 당무에 개입하지 말고, 나라와 당을 혼란에 빠뜨린 일에 대해 백배 사죄하고 은거하라”고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애초에 점지된 인물이었다면 우리는 경선에서 들러리였던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단일화를 밀어붙일 거였으면 차라리 가위바위보로 후보를 정하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며 “이런 방식이라면 대선은 시작도 전에 끝날 수 있다.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책임감을 갖고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단일화 갈등을 겨냥해 “우리끼리 상투 붙잡고 수염 잡아 뜯으면서 드잡이할 정신이 있나.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고 죄송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끄럽고 죄송하지 않다면 계속 그렇게 안에서 싸우라”며 “저는 우리 국민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이재명 독재와 계속 싸우겠다. 저는 계속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 충돌에 더해, 경선 탈락 주자들까지 잇따라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단일화 논의는 당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도 후보, 지도부 등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며, 보수 진영의 ‘원팀’ 구상은 명분도 동력도 빠진 채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