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李 재판 대선 뒤로 연기? 대선 이후 열릴 수는 있나?
이재명 파기환송심 첫 공판 대선 이후로
민주당, 선거법·형사소송법 등 정비 돌입
국힘 “李 유죄금지법 제정하라·독재국가 눈앞”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대통령 당선시 재판정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에 반대하며 "이재명 면죄 입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이 당초 오는 15일 예정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6·3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민주당은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당선되고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진행 중인 이 후보의 재판은 ‘올스탑’ 된다. 사법부는 6월로 이 후보의 재판을 연기했지만, 민주당 ‘줄 입법’ 앞에서 과연 6월에 재판이 열릴 수 있을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형사재판은 재임 기간 정지된다.
해당 개정안은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의 충돌을 막고자 나왔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는 내란·외환 이외의 죄로 이미 기소돼 재판받던 중 사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견해가 갈렸다. 부칙을 통해서는 공포와 즉시 법안을 시행하도록 했다. 법안 시행 때 재직하고 있는 대통령에게도 이 조항을 적용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해당 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대선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예상한다. 대선 전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가정 하에 대선 후 본회의를 통과시키면 이재명 행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시나리오대로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은 논랑의 여지 없이 중단된다.
심지어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재판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이 후보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에서 ‘행위’ 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후보의 사건은 대통령 임기를 마친 이후에도 속개되지 않고 그대로 면소(免訴)될 가능성이 높다. 면소란 형사소송에서 실체적 소송조건이 결여되어 소송을 종결하는 판결을 뜻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 “피고인 이재명 면죄입법을 즉시 철회하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이재명을 처벌 못 하도록 허위사실공표죄를 개정하는 선거법 개정안,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재판을 중단시키는 형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 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제안한다.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 이 사람은 신성불가침의 존재이니까 무조건 무죄라고 쓰고 일방 처리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이 대선 이후로 지연되면서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다. 이 후보 발목을 잡은 사법리스크가 미뤄지면서 차후 당선을 둘러싼 또 다른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입법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날 파기환송심 연기에 대해 “법원이 헌법 정신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합당한 결정을 했다”며 “지금은 국민이 현실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주권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여사·명태균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도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하면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겨냥한 공세 고삐를 더욱 강하게 쥐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