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정 민관 협치 ‘낙제점’… “시장의 의지 부족 가장 문제”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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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구원 협치 활성화 보고서
조례 등 제도적 기반 이미 구비
반면 조직·인력·예산은 뒷걸음
“시장이 민간의 다른 의견 배척”
시는 이런 한계 인식조차 못 해
대저대교 등 곳곳 파열음 초래

대저대교 건설과 퐁피두 분관 유치 등 부산시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관 협치가 행정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돼 실질적인 민간 참여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부산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대저대교 건설 기공식(위)과 지난해 9월 열린 ‘세계적 미술관 부산유치 기대효과 및 활성화 전략 토론회’. 부산일보 DB 대저대교 건설과 퐁피두 분관 유치 등 부산시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관 협치가 행정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돼 실질적인 민간 참여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부산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대저대교 건설 기공식(위)과 지난해 9월 열린 ‘세계적 미술관 부산유치 기대효과 및 활성화 전략 토론회’. 부산일보 DB

“실종 상태”, “60점 이하 과락”, “동원형, 형식형”. 민간 활동가와 학계 전문가들이 매긴 부산시의 협치 성적표다.

부산시정의 민관 협치가 행정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되고 실질적인 민간 참여와 소통이 부족한 상태라는 부산시 산하 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허브도시와 같은 시의 핵심 과제가 성공하려면 민관의 수평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뒤따랐다.

부산연구원은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 ‘시민행복도시 부산을 위한 민관 협치 활성화 방안’을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부산시가 제안한 현안 과제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부산에는 ‘부산시 민관 협치 활성화를 위한 조례’ 등 민관 협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있지만, 협치 담당 조직과 인력은 크게 축소됐고 예산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조례에 따라 수립된 제1차 민관 협치 활성화 기본계획(2022~2024년)의 과제 다수는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협치추진단은 2022년 운영을 종료했고, 시정협치형 주민참여예산제 등 대표사업은 중단됐다. 협치백서도 발행조차 되지 못했다.

특히 지역 민간 활동가와 학계 전문가 20명이 참여한 심층 인식 조사에서 대부분 참가자들은 부산시정이 행정 주도로 진행되고, 2030월드엑스포 유치 과정 정도를 제외하면 민간 참여는 제한적이거나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일부 위원회는 유명무실하거나 아예 열리지 않고, 시장의 협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시장이 다른 의견을 내는 민간영역을 배척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공청회나 토론회를 하지 않고, 각종 위원회 구성 또한 시 입맛대로 구성하거나 공무원이 시장의 심기를 살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다른 참가자는 “부산시가 이런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자신감으로 정책 부족함을 덮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영역에 대해서도 협치를 제대로 할 만한 조직이나 인력, 예산을 갖춘 단체가 적고, 일부는 강압적이거나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협치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민관 협치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시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행정 시스템과 제도 정비, 재정적 지원과 인프라 확충, 정보 공개와 투명성 확보, 시민사회와 민간영역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꼽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진단을 토대로 부산시정에서 민관 파트너십이 정책 추진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민관 협치 기반을 회복하고 시민 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 제도 혁신과 개방형 온라인 협치 플랫폼 구축·운영, 민관 공동 정책결정·평가제도 운영, 협치 아카데미 운영, 협치 참여 민간주체 정보 공개 등 세부 과제도 내놓았다.

연구책임자인 박충훈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대저대교 건설, 퐁피두 분관 유치 등 부산의 주요 현안에서 민관 갈등이 크게 불거졌던 것은 협치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라며 “협치 기반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민과 관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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