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투자·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 9월 제도권 들어온다
국내 주식 소수점 투자 제도화
해외주식 국회 입법 논의 참여
금융당국이 오는 9월 비상장주식 거래와 조각 투자 유통 플랫폼 제도화를 추진한다. 부동산·음악 저작권 등 조각 투자 상품(신탁수익증권)을 플랫폼에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소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내부 현판.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비상장주식 거래와 조각 투자 유통 플랫폼 제도화를 위해 ‘장외거래중개업자’ 인가 단위를 신설한다. 당국의 인허가로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사업을 영위해 온 비상장 거래 플랫폼들은 오는 9월 제도권으로 본격 진입할 전망이다. 부동산·음악 저작권 등 조각 투자 상품(신탁수익증권)을 플랫폼에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9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규정 개정안을 내달 17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오는 9월 30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지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운영해 온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 △조각 투자(신탁수익증권) 유통 플랫폼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를 자본시장법 시행령·규정에 반영해 공식적으로 제도화한다.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 범위 확대
현재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은 2020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증권플러스비상장’과 ‘서울거래비상장’ 2개 사만 운영되고 있다.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은 벤처기업 임직원이나 엔젤 투자자 등이 보유 중인 비상장주식을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장외시장에서 유망한 기업의 주식을 거래소 상장 전 미리 거래할 수 있다.
금융위는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의 제도화를 위해 전용 투자중개업 인가 단위(장외거래중개업)를 신설한다. 자기자본 요건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60억 원, 전문투자자 대상은 30억 원이다. 전산 전문인력 8명 이상 등 별도 인력 요건도 갖춰야 한다. 이 외 사항은 투자중개업 인가 요건 규정이 동일 적용된다.
중개 방법은 주문 수량이 다르더라도 호가가 일치하면 거래가 체결되는 ‘다자간 상대매매’다. 동일 증권사 연계 계좌를 사용하는 매수·매도자 간 거래 체결만 가능하다. 종목별로 일반투자자 거래가 가능한 일반종목과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는 전문종목으로 나눠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전문종목은 일반종목보다 거래 대상 지정 요건, 공시 기준 등이 완화 적용된다. 일반종목은 연 2회 발행인에 대한 사항과 회계감사인의 감사 보고서, 반기 검토 보고서가 공시돼야 한다. 단 전문종목 기업은 공시 의무 부담이 없다.
발행과 유통은 엄격히 분리된다. 장외거래중개업자가 본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증권을 본인이 운영 중인 유통 플랫폼에서 중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예시로 두나무가 운영 중인 증권플러스비상장은 두나무 주식 유통이 제한된다.
다만 금감원 사전 승인을 받았다면 해당 주식의 발행인과 특수거래인은 거래하지 않는다는 조건과 발행인 직원은 월 1회 지정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는 조건 등을 충족 시 중개가 허용된다. 발행이 아닌 인수·주선한 증권은 6개월 경과한 이후부터는 중개가 허용된다.
■조각 투자 유통 플랫폼…투자중개업 인가 단위 신설
조각 투자 상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유통 플랫폼 인가 단위도 신설한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신탁수익증권의 발행 관련 투자중개업(발행 플랫폼) 인가 단위를 신설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유통 플랫폼의 제도화를 예고한 바 있다.
당국은 유통 플랫폼이 없으면 조각 투자 증권이 발행돼도 투자자 환금성이 제약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조각 투자의 투자 매력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술품·한우 조각 투자 상품인 투자계약증권은 유통 플랫폼에서 거래될 수 없다. 이는 2차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통 플랫폼에서 거래가 가능한 상품은 부동산, 음악 저작권 신탁수익증권에 국한된다.
조각 투자 유통 플랫폼을 영위할 수 있는 투자중개업 인가 단위는 △인가 요건 △업무 기준 △불건전 영업행위 △매출 공시 특례 등이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과 유사하게 제도화된다. 공시의 경우 투자 대상이자 신탁재산인 기초자산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신탁업자가 분기별 신탁재산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한다.
장외거래중개업자와 그 특수관계인이 당해 수익증권의 발행·인수·주선인이거나 해당 신탁의 위탁자인 경우엔 발행·유통 분리 원칙에 따라 중개를 금지한다. 인수·주선을 수행하는 조각 투자 발행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발행인에 준하는 성격을 지닌다는 점, 투자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종 증권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제도화
2022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도 함께 제도화한다. 소수 단위 주식 거래는 투자자가 고가 우량주를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해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는 8개 증권사가 서비스를 출시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누적 이용자 수는 약 17만 1000명, 누적 매수 주문 체결 금액은 약 1228억 원, 신탁 잔량은 78억 3000만 원이다.
혁신금융서비스의 공식 제도화를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이 당해 신탁 업무를 신탁업 인가 없이 수행하는 한편 신탁 수익증권에 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명문화했다.
해외주식 소수 단위 거래 지원 서비스도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우선 제도화를 통해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현재 국회에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당국은 국회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