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랫폼 기업부터 스니커즈 업체까지… 유니콘으로 키운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첫 사업
청소년 금융 플랫폼 ‘아이쿠카’
무지외반증 스니커즈 ‘이지미’
초기창업 등 부문별 120개 사
맞춤형 ‘창업패키지’ 지원 선정
기술 창업 성장 사다리 역할 수행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의 공통점은 IT 등을 기반에 둔 기술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커 정부도 10대 중점 육성 분야 중 하나로 ‘기술’을 꼽는다. 국내 유니콘 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기술 기업은 인구 유출과 지방소멸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에 더 절실하다.
최근 부산에선 유니콘 기술 기업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데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기술 창업 지원 기능을 한데 모아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하 부산창투원)이 출범한 일이 대표적이다. 부산 창투원은 유니콘 탄생을 목표로 창업부터 투자, 글로벌 진출까지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창투원은 기업 성장주기 맞춤형 지원사업인 ‘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을 진행했고 초기창업(50개 사·예비 창업자), 창업도약(20개 사·업력 3년 미만), 창업도약(20개 사·업력 3년 이상 7년 미만) 총 120개 사가 뽑혔다. 이들을 부산의 신산업을 이끌 기업들이라 봐도 무방하다.
■3년 이내 창업 기업의 톡톡 튀는 아이템
3년 이내 초기 창업자를 지원하는 ‘초기패키지’ 부분에는 50개 사가 선정됐다. 톡톡 튀는 아이템들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여럿 눈에 띈다. ‘아이쿠카’는 청소년이 사용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 기술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술의 핵심은 3년간 개발에 공을 들인 ‘법정대리인 인증서비스’다. 이 기술로 청소년들은 부모님의 대리인증 서비스를 받아 선불카드나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다. 2023년 1월 정식으로 론칭한 ‘아이쿠카’는 월간 사용자 38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초등학생 금융 플랫폼 점유율은 국내 1위다.
아이쿠카의 방남진 대표는 “현재 초등학생 사용률이 가장 높은데, 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청소년 사용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MZ세대 감각에 맞춘 ‘무지외반증’ 신발을 개발 중인 부산 기업 ‘이지미’도 초기패키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지미의 이창섭 대표는 국내 유일의 신발 핵심인재 양성학과인 경남정보대 신발패션과를 졸업해 부산 신발기업 개발실을 거쳐, 개인 창업에 나선 부산 토박이다. 무지외반증 스니커즈 아이디어는 이 대표의 부인에게 영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아내가 ‘타비’(발가락 부분이 두 갈래로 나눠진 형태) 스타일의 신발이 무지외반증 발에 편안함을 준다는 말을 했다”며 “기존 무지외반증 신발이 고령층의 수요에 맞춰져 있어 트렌디한 디자인의 무지외반증 신발이 젊은 세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 외에도 AI를 기반으로 하는 자전거 도난 방지 플랫폼, AI기술을 사용한 육아가이드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50개사가 지원 기업 명단에 들었다.
■글로벌 진출 눈앞에 둔 도약 기업들
10년 미만의 글로벌 도약을 목전에 둔 기업을 지원하는 ‘창업도약’ 부문에는 20개 사가 선정됐다. 수산업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씨라이프사이언스랩’은 해외 정보가 부족해 수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수산물 관련 빅테이터를 제공한다. 지난해 플랫폼을 론칭했다. 부경대에서 해양수산경영을 전공한 정영인 대표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플랫폼에 현재 10개사 정도가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데이터 복구 시스템을 개발 중인 ‘더블오’의 목표 시장은 전 세계다. 반도체 메모리 복구는 작업자들의 경험 의존도가 높은 작업이다. 해당 메모리의 저장방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할 뿐더러, 복구 매뉴얼도 없어 작업자의 경험치가 복구 작업을 좌우한다. 복구 작업을 AI를 통해 자동화시키는 시스템이 바로 ‘더블오’가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다.
더블오 정명환 대표는 “메모리 복구 자동화 기술은 전 세계에 몇 없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다”며 “국내 측면에서 보면 반도체 포렌식의 국산화가 가능해 정보 유출의 유려도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개 사에는 투자유치 활성화 등 지원 프로그램과 더불어 최대 5000만 원의 사업화 자금이 지원될 전망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