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전 시민 20만 원’ 국민의힘에 발목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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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찬성4·반대3·기권1 부결
민주당, ‘본회의 부의요구권’ 발동
의사일정 변경안 과반에 못 미쳐
변광용 시장 “매우 안타까운 결정
6월 정례회 재논의 되도록 협의”

23일 열린 거제시의회 제25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이날 임시회는 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심의 의결을 위해 소집됐지만 의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된데 이어 본회의에서도 의사일정 변경안이 부결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사무국 제공 23일 열린 거제시의회 제25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이날 임시회는 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심의 의결을 위해 소집됐지만 의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된데 이어 본회의에서도 의사일정 변경안이 부결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사무국 제공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의 4·2 재선거 1호 공약인 ‘전 시민 2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실현에 제동이 걸렸다.

공약 발표 당시부터 ‘노골적인 매표 행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날을 세워 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 의사를 고수하면서 첫 단추가 될 조례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거제시는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내달 재도전에 나설 계획이지만, 다수당을 꿰찬 국민의힘 측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는 23일 오전 열린 제254회 임시회 제2차 회의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을 격론 끝에 부결했다.

이 조례안은 모든 거제시민에게 인당 20만 원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법적 근거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변광용 시장의 지난 4·2 재선거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거제시민 모두에게 인당 20만 원을 지급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게 핵심이다.

지급 대상은 23만여 명,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지원금은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거제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한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으로 현재 585억 원가량 남았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거제시는 이달 중 조례 제정을 마무리하고 7월 추경에 사업비를 편성해 여름 휴가철 전에 지급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달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입법예고에 이어 지난 8일 시의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고, 이날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렸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영규 의원은 “민생경제가 중대한 위기라는 결정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업이 진행돼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동수 의원도 “47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이 일시적인 효과는 2달밖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민주당 최양희 의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시가 어려울 때 사용하기 위한 여유 자금”이라며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해 올해 사업 중 축소하거나 중단·취소되는 사업은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한은진 의원 역시 “민생회복지원금은 지난해부터 일부 시의원들이 제시한 사업이지만 전임 박종우 전 시장 당선무효로 인한 재선거를 거치면서 오히려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제시의회 이태열 의원이 상임위에서 부결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본회의 부의요구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사무국 제공 거제시의회 이태열 의원이 상임위에서 부결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본회의 부의요구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사무국 제공

결국 안건은 표결에 부쳐졌고 개표 결과,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1표가 나왔다.

의사 규정에 따라 찬성과 반대·기권이 동수일 땐 부결 처리된다.

경제관광위는 위원장 포함 4명이 더불어민주당, 3명은 국민의힘, 1명은 무소속 구성이다.

무소속은 민주당 출신 김두호 부의장인데, 탈당과 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 민주당과 앙금이 남았던 터라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 직후 경제관광위는 지원금 조례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다는 심사결과 보고서를 의장에게 보냈다.

이에 민주당 이태열 의원은 오후 본회의가 속개되자 ‘본회의 부의요구서’를 접수했다.

지방자치법 제81조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부결된 의안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다만 ‘의사일정 변경’ 동의가 필요하다. 신금자 의장은 변경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최소 9명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결과는 찬성 7명, 반대 6명, 기권 3명 부결이었다.

민주당 의원 7명이 모두 찬성한 반면, 국민의힘 신금자 김선민 김영규 윤부원 김동수 조대용 의원은 반대했다. 정명희 김두호 양태석 의원은 기권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3일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회복지원금은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조례안이 6월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거제시 제공 변광용 거제시장은 23일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회복지원금은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조례안이 6월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거제시 제공

본회의 폐회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한 변광용 시장은 “매우 안타까운 결정”이라며 재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변 시장은 “민생회복지원금은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짧은 기간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시의회도 정책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조례안이 6월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덧붙여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여야의 복잡한 정치논리가 아니다. 시민이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거제시에 가장 필요한 해법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 현명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이태열 의원이 접수한 ‘본회의 부의요구서’ 효력은 다음 회기까지 유지된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지는 신금자 의장 권한이다.

합의 처리가 어려운 의안이라 본회의에 상정돼도 표결을 거칠 공산이 크다. 9명 이상 찬성이 나와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무소속과 국민의힘 내 이탈표를 기대해야 한다.

설왕설래하다 끝내 지원금이 무산될 경우, 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은 한층 더 치여해질 전망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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