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여객선은 섬 주민에겐 대체 불가능한 구급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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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2020년 법 개정으로 보편적 복지 인식
공단 ‘내일의 운항예보’ 서비스 호평
모두의 뱃길 되도록 국가 지원 힘써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선원의 비상훈련 임무숙지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KOMSA 제공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선원의 비상훈련 임무숙지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KOMSA 제공

누구나 한 번쯤 발이 묶여 답답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가야 할 곳이 일터나 학교면 차라리 낫다. 병원이면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버스와 철도, 자가용 등 최적의 교통수단을 택한다. 여기에 교통수단이 하나 더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여객선이 없으면 바다를 건널 수 없는 섬 주민들이다. 이들에게 여객선은 대체 불가한 교통·물류 수단이자 생명을 구하는 구급차다.

여객선은 단순히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이동 수단이 아니다. 국민의 일상 속 필수 공공재다. 제30회 바다의날을 맞아, 뱃길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현재 전국에는 99개 항로, 여객선 148척이 운항 중이다. 5년 전 104개 항로, 162척에서 외려 감소했다. 이용객도 7년 전 1216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다. 지난해 섬 주민을 제외한 이용객은 929만 명으로 2018년 대비 84% 수준이다. 연륙교 개통, 해외여행 증가, 기상악화로 인한 운항 통제 증가 등 복합적 원인으로 추정된다.

2020년 ‘대중교통법’ 개정으로 연안여객선이 대중교통에 편입되기 전까지, 여객선은 법적으로 보편적 교통복지 수단이 아니었다. 민간 선사는 수요가 부족한 항로를 폐지했고, 장애인·고령자 등을 위한 교통약자 시설은 언감생심이었다. 항로가 축소된 섬 주민은 육지로 나올 수밖에 없고, 도서 인구는 저출생·고령화와 맞물려 감소했다.

법 개정 4년이 지난 지금, 전국 99개 항로 절반 이상이 전적으로 민간 역량에 의존한다. 그나마 정부와 국회, 지역사회 노력으로 국가보조항로(국가가 운영비용 전액 부담) 29개와 연안여객선 안정화 지원 사업 항로(국가·지자체가 운영비 일부 지원) 12개가 운영 중이다. 국가보조항로는 전체 항로의 약 30%를 차지하나 연간 매출액은 1% 수준이다. 채산성이 낮아 민간 선사에서 운영을 꺼리는 항로들이다. 그럼에도 섬 주민을 중심으로 약 54만 명이 이용하는 포기할 수 없는 항로다.

공단은 뱃길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전국 여객선 운항 정보를 하루 전날 알려주는 ‘내일의 운항예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개시 1년 만에 기획재정부의 ‘국민 체감형 서비스 12종’에 선정됐다. 약 95%에 달하는 적중률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단 네이버 밴드 가입자 수도 최근 4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 여객선에 교통약자 편의시설도 설치됐다. 여객선교통정보서비스(PATIS)는 실시간 여객선 위치를 알려주고, 네이버에서 백령도 가는 ‘빠른 길 찾기’를 검색하면 버스에서 배편까지 최적 경로가 나온다.

연안여객선도 다른 대중교통 수단처럼 시장 중심의 효율적 운영과 함께, 섬 주민의 교통복지 측면에서 균형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국가보조항로의 안전성·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육상 교통수단과의 연계, 승하선 절차의 스마트화를 추진해야 한다.

관광 항로 등 고부가 가치 항로는 직접적 운영 보조보다 대규모 접안시설 신축, 선박 건조 시 다양한 선박금융 제공 등 항로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에 힘써야 한다. 육상교통수단은 도로·철도시설 구축에 막대한 국가 투자가 선행된다. 바다에서 이러한 역할은 항만 등 접안시설과 선박이라고 할 수 있다. 해양영토가 국토의 4.4배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육지만이 영토인 시대가 없었다. 섬을 따라 주권을 확보하며 해상 지휘권을 수호해 왔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바다의날이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 나은 해양교통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의 바다, 우리의 뱃길이 ‘모두의 뱃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지원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국가는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대중교통은 보편적 삶의 필수요건이다. 섬에 산다고 해서 학교와 병원에 가기 어려워야 할 이유는 없다.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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