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 응시 기회 주세요”… 헌법소원 제기한 ‘학교 밖 청소년들’
공익법단체 두루, 지난 5일 헌법소원 제기
“고교 재학생으로 응시 자격 제한은 부당”
부산·서울·경기 교육청 등 응시 거부 의사
학교 밖 청소년들 헌법재판소에 심판 청구
공익법단체 두루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학력평가 응시 배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왼쪽부터 헌법소원 대리인단 신혜원 변호사, 청구인 윤수영 군, 홍혜인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 안지영 변호사. 공익법단체 두루 제공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학력평가) 응시 자격을 고교 재학생으로 제한한 주요 교육청 결정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교육 기회균등에 어긋나고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도 차별 없이 시험을 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공익법단체 두루는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학교 밖 청소년 학력평가 응시 배제 결정에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8일 밝혔다. 올해 3월 부산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에서 고교 재학생만 학력평가에 응시할 수 있다고 회신한 게 근거다.
두루 측은 3개 교육청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제9조 제1항이 시험 응시를 거부하는 근거가 되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두루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교육받을 권리, 교육기본법상 학습권과 교육의 기회균등, 청소년 학습권 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며 “(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 교육권을 현실적 자원을 동원하는 선에서 충분히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루는 학력평가에 응시하지 못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입시 등에서 차별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학력평가는 수능 적응력 향상, 학력 진단, 진로 설계, 사교육비 절감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공교육 시스템”이라며 “고등학생은 연 4회씩 3년간 총 12회 실전 기회를 가지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단 한 차례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익법단체 두루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학력평가 응시 배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 윤수영 군(왼쪽)과 홍혜인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 공익법단체 두루 제공
부산에서도 학력평가 응시 배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두루 홍혜인 변호사는 “2023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산 학교 밖 청소년 인권실태조사 결과보고회’에 참석한 학교 밖 청소년 상당수가 응시 배제로 인한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부산시인권센터가 지난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부산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차별 시정을 요구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이어 “학교 밖 청소년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초·중등교육법 제9조 제1항이 유일한 근거였다”며 “전국에 약 14만 명으로 추산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각자 사정으로 학교를 떠났지만, 2022년 학력평가가 시작된 후 그들에게 한 번도 기회의 문을 열어준 적 없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헌법재판소에 교육 기회의 기준을 다시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정지윤 양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시 정보, 학습 기회, 입시 상담 등 거의 모든 교육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검정고시로 갈 수 있는 대학이 한정돼 있어 수능만을 목표로 공부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매월 치러지는 모의고사에 응시할 수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선택했기에 부당한 대우를 참아야 한다는 시선이 많이 힘들다”며 “저는 단지 학교 밖에 있을 뿐 교육의 권리 밖에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함께 제기한 윤수영 군은 “탈학교를 학업을 포기했다는 것으로 귀결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이유로 탈학교를 선택하는 청소년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박탈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이 규정하는 평등의 원칙에 따라 응시 배제 실태를 학교 밖 청소년 차별의 일환으로 보고 해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력평가가 끝나면 문제지를 따로 구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 실정이다. 수능과 유사한 형태인 학력평가는 전국 시도교육청이 돌아가며 문제를 내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고3을 대상으로 치르는 6월·9월 모의평가 등과 함께 성적을 알 수 있는 기회다.
헌법소원 대리인을 맡은 두루 측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력평가를 치를 수 있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청이 즉각 시행 계획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침해를 명확히 하고, 유사한 차별이 반복되지 않게 기준을 제시해달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