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 뿐인 인사위원회, 뒤바뀐 점수표… 부산정보산업진흥원·벡스코 감사 적발
부산정보진흥원, 원장이 승급자 결정
벡스코는 점수 오기로 면접 기회 박탈
부산시 감사위, 두 기관에 행정조치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인사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사실상 원장이 단독으로 승급자를 결정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벡스코 또한 기간제 근로자 채용에서 점수표에 점수를 잘못 기재하면서 서류전형 1, 4, 5순위 응시자의 면접 기회를 박탈했고, 그 결과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어야 할 6순위 합격자가 최종 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12일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벡스코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시 감사위원회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인사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원장이 직급별 승급 인원과 승급자를 단독 결정해 인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인사위원회를 두고 직원 채용과 승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의결 사항에 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진흥원은 직원 승급심의안을 인사위원회에 상정하는 형식적인 절차만 준수할 뿐, 기준에 따른 승급 적임자를 선정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인사 규정에 따른 승급 제한 대상자에 대한 적격 여부 등만 심의하고, 원장이 직급별 승급 인원과 승급자를 단독 결정해 인사위원회의 심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 시 감사위원회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승급자 30명의 근무평정 성적을 확인한 결과, 절반인 15명은 근무 성적 후순위임에도 승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감사위원회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기관 경고 조치를 내렸다. 또 인사위원회가 심의·의결 기구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출장여비 116만 원을 부당하게 지급하거나, 공무국외출장에 대한 심의를 열지 않거나 심의기한을 준수하지 않아 시 감사위원회는 5건의 시정·주의 등 행정상 조치를, 16명에 대해 주의로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벡스코는 지난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심사위원 점수표를 집계하며 점수를 잘못 입력해 1, 4, 5순위 응시자의 면접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심사위원 A 씨와 B 씨가 응시자 19명에게 부여한 서류전형 점수가 잘못 입력돼, 응시자 17명의 서류전형 순위가 최대 7등까지 변동됐다. 그 결과 서류전형에서 1, 4, 5순위로 합격해야 할 응시자가 각각 6, 11, 11순위가 돼 면접 기회를 박탈당했다. 대신 서류전형에서 탈락해야 했던 6, 7, 9순위 응시자가 면접에 응했고, 6순위 응시자는 최종 합격했다.
2023년, 2024년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과정에서도 점수를 잘못 집계한 사례가 있었으나 입력 오류로 인한 순위 변동은 없었다.
시 감사위원회는 벡스코에 응시자별 점수 합계표 교차 점검, 동점자 처리 기준 적용 여부 확인 등 채용 검증 절차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하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또 서류전형 점수 입력 오류로 면접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구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채용 업무 처리를 소홀히 한 직원에는 주의를 촉구하라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상세한 기준 없이 전시회 임대료를 할인하거나, 자동심장충격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시 감사위원회는 주의 3건, 개선 1건, 권고 1건, 통보 1건 등 행정상 조치를 요구했다. 또 3명에 경고, 5명에 주의 등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