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해체 승인…500조원대 원전 해체시장 ‘활짝’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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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정지 10년 만에 본격 해체 절차 돌입
12년간 단계적 해체…“2037년 해체 종료”
전세계 영구정지 원전 209기…22기만 해체 완료
원전해체 경험 4개국 불과…한국도 기술력 통해
헌국, 핵심기반기술 등 96개 해체기술 확보 완료
정부, 해체기술 내재화, 전문인력 양성 등 ‘박차’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26일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서 바라본 고리원전(오른쪽부터 순서대로 고리 1, 2, 3,4 호기)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26일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서 바라본 고리원전(오른쪽부터 순서대로 고리 1, 2, 3,4 호기)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해체를 원안가결(최종 승인)함에 따라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1호기 해체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결정된 후 10년 만에 해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도 500조 원대로 추정되는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2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원전해체 시장은 약 462조 원으로, 현재 기준으로는 약 500조원 대로 추정된다.

한수원이 공개한 ‘세계 원전 운영 및 해체 현황’(2024년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원전 국가는 총 36개국으로, 가동원전은 총 417기에 달한다. 또 209기가 설계수명을 다해 영구정지 중이고, 고작 22기만 해체를 완료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국 만이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이 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구로 혹은 실증로를 해체한 경우로,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한국도 고리 1호기 해체 경험을 토대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리1호기 해체사업 추진 일정.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고리1호기 해체사업 추진 일정.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고리1호기는 2037년까지 향후 12년에 걸쳐 단계적인 해체 과정 및 부지 복원작업이 진행된다.

우선, 원전 해체사업은 ‘해체 준비→주요 설비 제거→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의 순으로 추진된다. 한수원은 오는 7월부터 터빈건물 내 설비부터 순차적으로 해체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고리1호기 비관리구역 내부·야드(YARD) 설비 해체공사로, 해체 범위는 터빈건물 내 설비, 복수탈염설비, 옥외탱크 등 약 4900t(톤)에 달한다. 비관리구역 내 석면보온재를 우선적으로 제거한 후 해당 설비를 철거할 예정이다. 해체 공사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30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영구정지 관리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고리1호기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에서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지는 과정을 거쳐 냉각·반출하게 되는 데, 2031년까지 반출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방사성계통 및 구조물 철거를 거쳐 2037년까지 원전해체를 종료할 예정이다. 부지복원 작업은 2035년에 착수한다.

한수원은 원전 해체 과정에서 방사선 안전관리와 환경보호, 지역과의 소통에 최우선을 두기로 했다. 고리 1호기 부지복원 후 부지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등 부지 재이용 방안은 ‘최종부지 상태 보고서’(해체 완료시 원안위 제출)에 포함될 예정이다.

한수원은 그동안 원전 해체 인력 양성 및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왔다.

한수원은 사내 과정과 국내외 위탁 전문과정을 통해 한수원 전문인력 599명을 육성했으며, 현재도 교육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인력을 양성 중이다.


정부 원전해체 R&D 세부과제 목록(31건). 한수원 제공 정부 원전해체 R&D 세부과제 목록(31건). 한수원 제공

우리나라는 정부가 2015년 10월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방향’에 따라 96개 원전 해체기술 확보를 완료했다. 96개 해체 기술 중 핵심기반기술 38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상용화 기술 58개는 한수원에서 각각 확보를 완료한 상태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원전해체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2022.12월) 마련을 통해 국내 원전해체기술의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정부 R&D(연구개발) 사업으로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 개발’(2023~2030년)을 활용한 기술 고도화 및 기술 실증에 나서는 한편, △중수로 상용로 원전해체 고유기술 확보 추진 △4차 산업혁명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융·복합 해체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수원은 정부 R&D 사업 활용 및 자체 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와 더불어 월성1호기 해체사업을 위한 중수로 해체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가 2030년까지 진행할 정부 R&D 사업은 총 31개(산업부 24개, 과기정통부 7개)로, △대형 해체설비 거품제염 기술 개발·실증 △원전 해체 시 발생하는 고농도·저농도 액체폐기물 통합 처리기술 개발 △원전해체 현장 방사능 측정시스템 개발·실증 △제염 2차 폐기물 핵종분석기술 개발 △해체부지 불포화대 핵종결합 특성 기반 해체부지 전략수립 및 오염평가 기술 개발 등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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