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선 해운대명품호떡 대표 “호떡 한 장에도 나눔의 씨앗과 행복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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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웠던 삶, 작은 가게로 재기 성공
손님과 소중한 인연, 선행 활동 계기
적십자 ‘씀씀이 바른기업’ 통해 기부
“작은 나눔이 사회 지탱하는 버팀목”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 있는 작은 호떡 가게에서 시작된 나눔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해운대명품호떡 대표인 김명선 씨에게 호떡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었다. 남편의 갑작스런 투병과 이로 인한 경제적 위기, 철썩같이 믿었던 사람의 거짓말 같은 배신으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때였다. 김 대표는 우연히 들른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앞의 노점을 보고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붙잡았다고 한다.

“호떡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겨울철 4개월 장사로는 생활이 안 됐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반죽 숙성과 치즈호떡 굽는 법을 스스로 익히며 버텼어요.”

외국인 관광객과 단골 손님들의 응원 덕분에 호떡 가게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믿었던 직원의 배신으로 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래도 주변에 좋은 인연이 저를 지탱해 줬어요.”

호떡을 사먹으며 인생 고민을 나누던 한 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했고, 조카처럼 지내던 한 손님은 결혼해 명절마다 나물 한 보따리를 김 대표에게 보내줬다. 또 신혼 때부터 호떡 가게를 찾아온 한 부부는 대구로 이사 간 뒤에도 아이와 함께 매달 가게를 찾으며 안부를 전한다. “이런 인연 덕분에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그 소중한 인연들이 씨앗이 되어,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의 ‘씀씀이가 바른기업’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부산 지역 위기가정과 취약계층을 위해 기업과 소상공인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해 재난 구호와 결연세대 도시락·비상식량세트 제작 등에 사용하는 나눔 프로그램이다. 씀씀이가 바른기업의 정기적인 후원금은 부산 지역 취약계층 위기가정에 대한 생계, 의료, 주거 지원 등 수혜자 맞춤형 복지사업에 쓰이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 20만 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매달 35만 원을 기부하고 있다. 그의 기부금은 부산 지역 내 적십자와 결연을 맺은 1928가구에 도시락과 밑반찬으로, 선풍기와 이불로, 이재민들에게는 담요와 생필품으로 전해져 소중히 쓰이고 있다.

“사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땐 월세, 재료비를 비롯한 가게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은 나눌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나눔은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하잖아요.”

김 대표는 돈을 많이 번다고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나누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됐다고 한다. “누군가를 도우면 나부터 기분이 좋아져요. 기부는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해진다는 말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김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이야기 한다.

“기부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내가 행복하니까,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거죠. 모두가 그런 마음을 알아가면, 우리 사회도 훨씬 따뜻해질 거라 믿어요.”

최근엔 정기적으로 다니는 부산의 한 병원 원장이 진료를 마친 후 한 지역 신문에 실린 김 대표의 기부 기사를 스크랩해 두었다가 그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스크랩 된 기사를 보면서, 이렇게 저를 챙겨주는 분들이 있다는 든든한 마음과 함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죠.”

호떡을 팔며 김 대표가 받은 수많은 응원과 지지는 결국 ‘나눔의 씨앗’이 되었다고 한다.

“제가 씨앗호떡을 팔잖아요. 이렇게 작은 씨앗을 뿌리다 보면 언젠가 더 큰 나무가 되어줄 거라 믿어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눔을 이어가고 있어요. 작은 나눔이 나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큰 버팀목이 된다는 걸 많은 분들이 함께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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