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대비 흥행 짭짤" 수국 축제에 푹 빠진 경남
경남 지자체 1/3 수국축제 개최
공원·관광지 조성도…확산일로
"희소성 떨어지며 관광객 줄어"
경쟁 심화 따른 부작용 우려도
경남 한 지자체에 조성된 수국 정원 모습. 최근 10년 사이 경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수국 관련 축제나 정원, 테마관광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김현우 기자
여름을 맞아 경남이 수국으로 물들고 있다.
수국 축제를 열거나 수국 정원을 조성하는 등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도입하는데, 과열 양상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올해 수국축제를 개최한 지자체는 진주와 통영, 거제 등 총 7곳이다.
여기에 수국길이나 공원, 테마 관광지를 조성한 곳까지 포함하면 10곳을 넘어선다. 민간 정원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거의 모든 지자체가 수국 관련 콘텐츠를 활용 중이다.
그사이 해바라기 등 다른 여름 꽃의 인기는 예전에 비해 시들해진 상태다.
수국은 대표적인 여름꽃이다.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피는데 7월 중순에는 꽃송이가 가장 풍성하다.
무엇보다 여름에 풍성하게 피고, 장마철 고온습한 환경에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아 인기가 높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 열리는 원예 식물 콘테스트에서도 개량종 수국은 늘 상위권에 위치한다.
수국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 전부터다. 처음에는 몇몇 민간 공원에서 수국을 심었고 이어 일부 지자체가 축제를 개최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수국이 소개되기 시작했고, 축제까지 흥행몰이를 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바다나 계곡 등 여름철 관광명소가 없는 내륙 지자체는 더 적극적으로 수국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과열 양상에 “매화나 벚꽃 등 봄철에만 나오는 전국 꽃놀이 지도가 이제 여름 수국까지 확대될 것”이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경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국은 한 번 심으면 이듬해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적은 예산을 들이지만 짧은 기간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을 수 있어 예산 대비 효율이 매우 좋다. 지자체로선 수국 축제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수국 콘텐츠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수국 축제가 열리는 데다 대규모 정원까지 조성되면서 갈수록 흥행 효과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희소성이 줄면서 기대했던 외부 관광객 유입 효과도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초창기 전국적으로 관광객을 모았던 축제들은 점차 지역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
경남의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초창기에는 수국만 심어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타지 관광객은 보기 힘들다.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다른 희소성 있는 콘텐츠를 함께 운용해야 한다. 기대 효과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일부 지자체나 소규모 행정구역에서는 전문적 지식조차 없이 수국 경쟁에 끼어들고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수국의 기본적인 생육조건을 무시한 채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행사장마다 이를 심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정원문화원 남수환 정원문화실장은 “여름에 꽃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지자체 중 상당수는 수국의 품종이나 재배 환경, 주변 상황 등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심었다. 개화기를 길게 가져가거나 꽃을 예쁘게 볼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