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구 언어치료센터 아동 학대 사건, CCTV 없어 피해 커졌다”
교사 2명이 아동 26명 학대
장애아동부모 규탄 기자회견
관련 법 없어 설치 강제 불가
관리 감독 사각지대 전락 우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산지부는 9일 오전 동래구청 앞에서 ‘동래구 언어발달센터 아동 학대 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수빈 기자 bysue@
부산 동래구의 한 언어치료센터에서 장애 아동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교사 2명이 구속(부산일보 5월 26일 자 11면 보도)된 사건과 관련, 장애 아동 치료 시설 상당수에 CCTV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해 장애 아동 부모들은 기자 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산지부(이하 부모연대)는 9일 오전 동래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교육청과 동래구청은 장애 아동 치료 시설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고, 부산시는 전수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 센터의 전 교사 2명은 아동 26명에게 한 명당 최소 100차례, 최대 400차례에 걸쳐 학대를 가한 혐의로 구속됐다. 교사는 말이 서툰 장애 아이의 목을 잡아 눌러 울음을 터뜨리게 하거나, 머리를 밀치고 꼬집는 등의 방식으로 신체적 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아동 22명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승애 법률사무소 이승애 변호사는 아동복지시설에 CCTV 설치 의무가 없는 점이 학대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아동 26명의 피해 사실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의 CCTV 기록 덕분”이라며 “학대는 그 이전부터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증거가 없어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치료 시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영상을 점검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이후 동래구청이 지역 내 발달재활서비스 기관 1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CCTV를 설치한 곳은 6곳에 불과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제외한 장애인·아동복지시설은 CCTV 의무 설치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현황 파악이 되지 않는 상태다. 인권 침해 소지 때문에 모든 시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CCTV가 설치되더라도 감독 기관이 영상을 확인할 근거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동래구 노인장애인돌봄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민간 시설의 CCTV 영상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문제 개선을 위해 부산시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아동복지시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부모연대는 10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시청까지 행진 집회를 열고,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후속 조치를 거듭 촉구할 예정이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