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생활인구 30만 명’ 비결은?
통계청 작년 4분기 인구 집계
정주인구 5만 명 안 되지만
생활인구는 월 평균 29.2만 명
매주 열리는 체육대회·축제 덕
지난해 10월 열린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현장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고성군 제공
정주인구가 5만 명이 안 되는 경남의 한 소규모 지자체가 매달 30만 명에 육박하는 ‘생활인구’를 끌어들이고 있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낙수효과도 상당해 앞으로 연 360만 명 이상 유치를 목표로 인프라와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매주 1개 이상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와 크고 작은 축제로 들썩이는 고성군 이야기다.
16일 고성군에 따르면 통계청의 2024년 4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 고성군 생활인구는 월평균 29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25만 명 돌파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특히 공룡엑스포가 개막한 10월은 35만 8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경남도 내 군 단위 지자체 중 단연 1위다.
생활인구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정주인구에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한 외부 인구까지 포함한 지표다. 실질적인 지역 활력과 경제적 효과를 보여주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통계청의 집계에 따르면 고성군은 체류 인구 배수가 6.2배, 평균 체류 일수가 2.9일, 체류 인구 카드 사용액 비중이 43.1%로 나타났다. 이는 주민의 6배가 넘는 외부 인구가 매달 고성군을 방문해 3일을 머물며 고성군 소비액의 절반을 소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거쳐 가는 게 아닌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30대 체류 인구 배수다. 정주인구 대비 17.6배에 달했다. 경남에서는 가장 높고, 전국 기준으로도 9위다. 이는 고성군이 청년 세대에게 방문과 체류에 있어 강력한 선택지가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정주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다는 의미라고 고성군은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는 고성군의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주력 산업으로 육성했던 조선 기자재업이 제 몫을 못하자, 고성군은 사계절 운동이 가능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스포츠산업’을 새 먹거리 산업으로 점찍었다. 이후 ‘스포츠 마케팅 담당’을 신설하고 ‘스포츠팀 유치 T/F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했다. 2011년에는 29억 원을 들여 국내 최초 역도전용경기장까지 건립했다.
덕분에 2018년 18개에 불과했던 체육대회는 지난해 76개까지 늘어났다. 매주 1개 이상 대회가 열리는 셈이다. 대회 비수기인 1월과 2월 그리고 7~8월은 전지훈련팀으로 빈자리를 메운다. 지난해 지역을 방문한 선수단은 총 2726팀, 4만 1002명이다. 방문 인원에 체류 일수를 곱해 합산한 연인원은 25만 3141명이다. 이는 정주인구의 5배가 넘는 숫자다.
여기에 내달 고질적인 숙박 문제를 해소할 유스호스텔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자란도 관광지 개발, 공룡엑스포 연례화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생활인구는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고성군은 2026년까지 ‘생활인구 월평균 3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체류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와 정책을 꾸준히 확대하기로 했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이번 통계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를 넘어 외부 인구 유입을 기반으로 한 체류형 도시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라며 “관광·문화·생태·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 활력과 생활인구 유입 기반을 확고히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