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올해 농사 어쩌나” 이재민들 “어디로 가나”
12개 시군 3964ha 농경지 침수
28개 마을 500여 명 피난 생활
경남도의원들이 21일 경남 합천군 가회면을 찾아 피해 현황을 듣고 있다. 경남도의회 제공
역대급 폭우가 할퀴고 간 경남에 인명 피해와 더불어 농축산물 피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지와 축사 곳곳이 침수되고 부서지면서 각종 병충해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무더위에 이어 호우 피해까지 누적된 터라 생산량이 줄며 가격 인상까지 예측된다.
21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내린 집중호우에 창원·진주·밀양·의령·함안 등 12개 시군에서 3964ha 농경지가 침수됐다. 이는 축구장 국제 규격(7140㎡)의 4570배 규모다.
피해 작물은 벼가 3219ha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고추(163ha), 콩(149ha), 딸기(79ha) 등이 이었다. 하우스 등 시설 농가 203ha도 피해를 봤다. 지역별로는 피해가 산청군(1222ha), 합천군(965ha), 의령군(818.8ha)에 집중됐다. 경남도가 추산하는 농산물 피해 규모는 594억 원이다.
진주·밀양·의령·함안·하동·산청·거창·합천 8개 지역에서는 한우를 비롯해 젖소와 육계, 산란계 등 농장 23곳이 비 피해를 입었다.
경남 지역 농축산물은 올해 유독 빠르고 길었던 불볕더위에 이미 피해가 속출하던 상황이었다. 이번 폭우 피해까지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경남도는 이날 도내 7개 시군에 특별조정교부금 2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농축산물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 정보를 보면 20kg 쌀값이 지난 17일 평균 5만 8216원에서 21일 5만 9641원으로 1425원 뛰었다. 같은 기간 깻잎 100g은 2646원에서 2701원으로 올랐다. 특히, 수박은 전날 기준 3만 866원으로 작년보다 44.7% 비싸다.
아직도 귀가를 못해 시설에 수용된 산청군 이재민은 28개 마을에 500여 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선비문화연구원 등 지정 대피소로 몸을 옮겼다. 산청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윤영석 씨는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고 몸만 나와 2시간 동안 대피해 있었다”면서 “집에 전기·물이 안 나와서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