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해공항 항공기 등록 외면 말로만 부산 세컨드 허브
항공사 지역 홀대에 도시 이미지 추락
운항 실적도 급감, 정부 적극적 개입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어부산이 승무원, 정비사 등의 인력난으로 증편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김해공항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공항 항공기 등록 대수와 운항 실적이 전국 주요 공항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했다. 김해공항을 ‘부산 세컨드 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이 겉돌면서 항공사들의 부산 홀대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김해공항을 외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가덕신공항 2029년 적기 개항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김해공항마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제2도시 부산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항공사들을 김해공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해공항에 등록된 대형 항공기는 지난 17일 기준 총 26대다. 2015년 34대에서 30% 감소했다. 반면 김포공항 등록 항공기는 186대로 가장 많았고, 제주공항 120대, 인천공항 87대, 청주공항 74대의 순이었다. 특히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 170대 가운데 제주공항(53대), 김포공항(49대), 인천공항(37대), 청주공항(29대) 순으로 항공기를 등록했다. 김해공항 등록 항공기는 없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도 마찬가지다. 등록 항공기가 줄면 부산의 재산세 수입도 감소한다. 지난 10년간 김해공항 항공기 재산세는 고작 716억 원으로 청주공항(4476억 원)과 비교해도 초라한 수준이다.
김해공항 운항 실적도 처참하다. 올해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 편수는 1만 849편으로 2018년 대비 20.6% 감소했다. 인천은 2만 7000편 가까이 늘었고, 청주와 제주도 각각 7000편과 3000편 가까이 운항을 확대했다. 김해공항 국내선도 같은 기간 5205편이 사라져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항공사들이 효율성 추구라는 명분 아래 김해공항 노선을 감축한 것이 가장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한항공은 일전에도 김해공항 노선을 줄이고 인천 노선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여 지역의 공분을 샀다. 더욱이 부산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마저 대한항공에 편입된 이후 인천공항으로 대거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해공항 등록 항공기와 운항 편수 감소는 자칫 지역 항공산업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세수에 이어 일자리 감소 등까지 우려된다. 더욱이 김해공항 노선 감축에 따른 운항 편수 감소는 지역민의 항공 선택권 자체를 빼앗는 행위라는 점에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본사 유치’ 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시와 김해공항 소재지 지자체인 강서구도 다른 공항들처럼 인센티브를 통한 혜택 제공 등의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항공 인프라는 가장 중요한 국가 기간 시설이다. 수익 논리만 따져서는 안 된다. 정부의 노선 재조정 등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