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 협의 연기로 꼬인 한미 관세협상, 실리 외교 비상
내달 1일 미 관세 부과 다급한 처지
막판까지 총력 쏟아 실익 얻어내야
25일(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한미 재무·통상 분야 ‘2+2 장관급 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관세 정책을 이끌어온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급한 사정’을 이유로 회의 이틀 전 취소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인천공항에서 출국 대기 중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양국의 재무·통상 수장이 공식적으로 확정한 일정에 대해 명확한 사정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 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밝혔으나, 아직 정확한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다음 달 1일 미국의 관세 부과 시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한미 관세협상에 비상등이 켜진 형국이다.
‘2+2 협의’가 연기되면서 한미 협상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정부는 “베센트 장관의 급한 사정으로 파악되고, 한국과의 협상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돌연 취소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내민 협상안에 미국이 만족하지 못해 ‘2+2 협의’를 연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미국이 일본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하고 유럽연합(EU)과도 ‘타결 임박설’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에 더 큰 양보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10대 수입국 중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대만뿐인 상황에서 미국의 거센 압박이 예상돼 걱정이다.
우리가 더 다급한 처지에 몰린 것은 미국과 일본이 지난 22일(현지 시간) 관세협상을 전격 타결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를 당초 예고했던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투자, 쌀 등 일부 농산물과 자동차·트럭 시장 개방,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투자 참여를 제안해 상호관세 인하에 성공했다. 협상국 중 최초로 자동차 품목관세 인하(12.5%)도 관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경쟁국인 데다, 대미 수출 품목과 규모가 비슷해 관세율 차이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일본보다 유리하거나, 최소한 대등한 결과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 협상의 분수령이었던 ‘2+2 협의’ 취소로 이재명 정부의 실리 외교에 예상치 못한 난관이 생긴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관세협상 타결을 위한 정부의 치밀한 전략 수립과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다. 민감 품목에 대한 신중한 조정과 함께,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패키지 딜을 제안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우리의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함께 공급망을 재편하고,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자칫 꼬인다면 향후 이재명 정부에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 정부가 막판까지 총력을 쏟아 관세협상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어 실익을 얻고, 동맹의 가치도 키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