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원·병원비에 쏠린 동백전 핀셋 제도 개선 필요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세 상공인 혜택 못 받는 악순환 반복
업종별 캐시백 차등 등 대책 서둘러야

부산지역화폐인 동백전 시행 첫해인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결재액 총 9조 3223억 원 중 학원비와 병원비 결재액이 2조 이상으로 총 결재액의 23.5%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지역화폐인 동백전 시행 첫해인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결재액 총 9조 3223억 원 중 학원비와 병원비 결재액이 2조 이상으로 총 결재액의 23.5%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지역화폐인 동백전은 소상공인 지원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2020년 도입됐다. 동백전은 지역민들이 동백전으로 결제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되돌려주는 캐시백 방식으로 운용된다. 캐시백 예산은 국가와 시가 분담한다. 즉, 동백전은 공적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소상공인을 지원할 목적으로 고안된 고육지책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동백전 사용 내역을 보면 학원과 병원비에 사용된 비율이 전체의 23%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백전의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동백전 사용 내역에 따르면 총 9조 3223억 원이 결제됐다. 이 중 학원·교육업 9679억 원, 병원·약국업 1조 2312억 원 등 두 분야의 결제액은 2조 1991억 원에 달한다. 총 결제액의 23.5%를 차지한다. 5년간 동백전 평균 캐시백률은 약 7.5%였는데 학원비와 병원비 할인에만 약 1649억 원의 부산시와 정부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동백전 결제액이 의원뿐만 아니라 영어유치원, 대형 입시학원, 대형 병원 등 소위 ‘목돈’이 드는 영역에 집중적으로 쓰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학원과 병원을 소상공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혈세가 줄줄 샌다는 지적이 거센 것도 이런 이유다.

동백전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유흥업소, 중·대형 직영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없다. 나머지 분야에서는 결제할 수 있으나 대상 업체의 연 매출에 따른 제한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병원이나 학원의 비용을 할인하는 카드로 사용되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이다. 더욱이 결제액 비중이 가장 높은 외식업계에서도 영세 소상공인 업체가 아닌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에 동백전이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영세 상인들은 동백전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시행 5년째를 맞아 부적절한 부분을 정밀하게 보완하는 ‘핀셋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동백전이 학원·병원비에 쏠리는 현상은 제도 시행 초기부터 지적됐다. 2020년 11월 당시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동백전 시행 초기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보건·의료, 교육 분야 사용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도 개선은 되지 않았고 소상공인들은 아직까지도 동백전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업종에 따라 캐시백 비율을 다르게 책정하는 등 소상공인 혜택 증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전통시장 등 동백전 사용이 저조한 분야에 대한 활성화 대책도 필요하다. 부산시가 소상공인을 위해 고안된 동백전 취지에 걸맞은 대책을 서둘러 수립하길 촉구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