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공개, 내용도 재탕… 부산시, 노동정책 '홀대'
2차 기본계획 수개월 비공개
주요 지역 과제들 답보 상태
책임성 있는 실행까지 ‘먼 길’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올해 수립한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최근 공개했지만 과거 핵심 과제를 반복한 부실한 내용이라는 비판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해당 계획은 이미 수개월 전 내부 결재를 마치고 시행에 들어갔지만, 시민과 노동계에는 공유되지 않아 노동계에서는 노동 정책을 가볍게 여기는 시의 인식이 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6일 ‘제2차 노동정책 기본계획(2025~2029년)’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계획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부산 지역 노동정책의 방향성과 중장기 전략 과제를 담은 법정계획이다. 핵심과제인 △공공기관 노사정협의체 설치·운영 △노동안전보건센터 설치 △노동권익센터 운영 강화 등 3개 분야 총 44개 과제가 담겼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계획이 기존 계획을 ‘재탕’했다고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 노사정협의체 구성·운영’은 1차 계획에서도 핵심과제로 제시됐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논의나 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동안전보건센터 설치’는 조례가 마련됐지만 실제 사업이 이행되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같은 해 7월 조례가 개정됐지만, 여전히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 시는 지난 5월 부산연구원에 설립 검토를 처음으로 정식 요청했다. 향후 예산 마련 등을 통해 2028년 설립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계에서 20년 넘게 활동해 온 부산의 한 노동기관 단체장은 “핵심과제들이 진척 없이 반복되는 것은 시가 노동정책을 얼마나 형식적으로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계획과는 별개로 부족한 실제 예산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노동정책 기본계획에는 부산노동권익센터의 운영 강화가 명시돼 있지만, 부산노동권익센터의 예산은 수년째 제자리 수준에 머문다. 지난해부터는 센터 내에 노동안전부를 신설해 노동안전보건센터 기능까지 겸하게 되면서 역할과 업무가 확대됐지만, 관련 지원은 오히려 줄었다. 2022년 18억 원이었던 센터 예산은 2023년부터 16억 원으로 줄었고, 2029년까지 연간 16억 원 수준으로 유지될 예정이어서 현장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계획 공개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도 제기된다. 시는 이미 노동정책을 시행 중이면서도 해당 계획을 약 4개월간 시민과 노동계에 공유하지 않았다. 시는 지난 2월 최종 용역보고회를 거쳐 계획을 확정했다. 3월 말 행정부시장 내부 최종 보고까지 마치고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노동 관련 계획 수립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천과 사후관리라고 강조한다. 계획 수립 용역을 맡았던 부산연구원 손헌일 연구위원은 “계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책임성 있는 이행과 사후 피드백을 통한 보완”이라며 “기본계획에 담겨 있지만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주요 안건들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