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동력 약한 제조업 상장 꺼리고, 스타트업 기반 허약 [커버스토리]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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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평균 못 미치는 부산 IPO 실적

2020년 후 상장기업 서울 305곳
부산은 10곳… 17개 시도 9위
제조업 신산업 투자 의지 낮아
미래성장 펀드·부산창투원 등
부산시, 투자 생태계 조성 나서
‘소셜빈’ ‘메드파크’ 상장 작업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이미지투데이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이미지투데이

부산 스타트업 2곳이 올해와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이달까지 상장한 부산 기업은 10곳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9위를 차지하면서 전국 중하위권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기반의 부산의 산업 구조와 더불어 제조업의 신성장 동력이 약해 대규모 자본 유입이 필요 없는 상황 탓이라고 분석한다.


■5년간 상장 기업 10곳 그쳐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날까지 부산에서 상장한 기업은 10개 사다. 이 기간 서울은 305개 사, 경기는 195개 사, 대전은 24개 사가 상장에 성공했다. 부산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인천도 같은 기간 21개 사가 상장했다. 17개 시도 중 부산의 상장기업 수는 9위로 전국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부산의 산업 기반과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상장기업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부산보다 낮은 순위에 있는 시도는 전북, 울산, 대구, 강원도 등 8개 지역이다.

기업이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때 상장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상장은 신산업 진출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부산은 성장 동력과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저조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업계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부산 경제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제조업이 신산업 투자에 소극적인 점을 꼽는다. 기업들이 큰 자본이 필요한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 상장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탓에 상장을 진행하더라도 영업이익에 비해 낮은 시가총액이 형성되는 점도 부산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는 이유로 지목된다.

지역의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천 억 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중견 제조업들 중에도 막상 시총액은 수백억 원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며 “반면 신소재 등에 진출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매출액이 적자를 보여도 시가총액은 수천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결국 부산 기업들은 신산업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고 설명했다.

부산 기업들의 낮은 상장 의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부산상공회의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의 93.6%는 ‘상장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상장 계획이 없는 이유를 물었더니, 67.1%는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불필요’를 꼽았다. 이는 신규 투자나 새 산업 진출 등과 같이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부산의 약한 스타트업 기반도 낮은 상장의 이유로 지목된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투자를 받기 어렵다”며 “모태펀드로 지원을 받더라도 수익성을 이유로 투자자를 모으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고 전했다.

■새로 도전하는 기업은?

이런 와중에도 신산업 진출을 계기로 상장을 준비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업계와 부산시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 용품 제조업체 ‘소셜빈’과 재생의학 전문기업 ‘메드파크’가 각각 올해와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소셜빈은 지난해 7월 미래에셋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 완료했다.

2018년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메드파크는 최근 속도감 있게 IPO 절차를 준비 중이다. 부산의 상장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들 기업 2곳의 상장 추진 소식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창업한 소셜빈은 자체 브랜드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직접 개발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하는 기업이다. 유아용품 브랜드 ‘퍼기’를 시작으로 생활용품 브랜드 ‘노멀라이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니몸내몸’, 프리미엄 주방용품 브랜드 ‘실리프랑’ 등을 론칭했다. 지난해 매출은 550억 원에 달하며, 2019년 첫 투자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77%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2021년 부산시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예비유니콘 기업으로도 선정돼 이름을 알렸다. 올해 말을 목표로 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7년 설립된 메드파크는 인체조직 재생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재생의학 전문기업이다. 미국 FDA, 유럽 CE 인증을 획득해 2022년 ‘혁신기업 국가대표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그 혁신성과 성장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기업도 2021년에 중기부의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126억 원으로, 올해까지 투자한 금액은 150억 원을 기록했다. 내년 말 상장을 목표로 한다.

■정답은 ‘신산업 육성’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투자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신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시는 지역의 벤처 활성화 종잣돈 역할을 할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모펀드인 ‘미래성장 펀드’를 지난해 결성했다. 부산시가 50억 원,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가 250억 원, KDB산업은행이 500억 원, BNK부산은행이 100억 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50억 원 등을 출자해 1011억 원 규모로 출범했다. 또한 신산업 초기 진출과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의 창업 지원 기능을 한데 모은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올해 초 문을 열기도 했다.

한 벤처 투자업계 전문가는 “결국 창업 초기부터 R&D 등 신산업 투자를 통해 탄탄한 성장 기반을 만들고, 이 기업들이 민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고 말했다.

남동우 부산시 금융창업정책관은 “최근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은 지역 투자 생태계에서 성장하며 벤처투자사, 증권사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상장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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