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중학생 가르치는 ‘토론 캠프’, 부산서 처음 열린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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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남고, ‘디베이트 여름캠프’ 개최
토론지도사 자격 보유자 등 학생 19명
직접 수업 기획·진행해 교육 효과 높여

토론 지도사 자격증을 갖춘 부산 경남고등학교 재학생 12명이 다음 달 4일부터 사흘 간 열리는 ‘경남고 디베이트 여름캠프’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고 제공 토론 지도사 자격증을 갖춘 부산 경남고등학교 재학생 12명이 다음 달 4일부터 사흘 간 열리는 ‘경남고 디베이트 여름캠프’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고 제공

토론 지도사 자격을 갖춘 고등학생이 교사로 나서, 중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이색 교육 캠프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교재 제작부터 수업 기획, 실전 토론까지 고교생이 전 과정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또래의 언어로 이뤄지는 수업인 만큼, 학습자의 참여도와 교육 효과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서구 경남고등학교는 다음 달 4일부터 사흘간 ‘경남고 디베이트(토론) 여름캠프’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경남고 재학생 19명이 중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점이다. 경남고 학생 중 8명은 토론지도사 자격증(한국디베이트코치 3급)을 보유하고 있다. 참가 중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4시간씩, 총 12시간에 걸쳐 집중적인 토론 교육을 받는다.

수업은 8명씩 5개 반으로 나뉘며, 각 반에는 경남고 재학생 2~3명과 지도교사 1명이 함께 배치된다. 고교생들이 제작한 교재를 바탕으로 기초 개념부터 실전 토론까지 단계별로 수업이 진행되며, 마지막 날에는 반별 대표가 참여하는 배틀 토론이 열려 학부모가 참관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토론 주제는 인공지능 관련 사회 이슈로 구성됐다. 첫 번째 주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학교 도입은 학습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인간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이다. 참가 학생들은 논리 전개, 반론 분석, 근거 제시 등 토론의 핵심 역량을 실전 중심으로 익힌다. 일반적인 토론 교육이 ‘세다(CEDA)식’ 방식이라면, 이번 캠프는 절차가 간단하고 다양한 현실 문제를 폭넓게 다룰 수 있는 ‘퍼블릭 포럼’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 캠프는 고교생이 직접 교사 역할을 맡아 또래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만큼, 자기 주도성과 소통 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습자 입장에서도 나이가 가까운 또래가 수업을 이끄는 덕분에 더욱 친근하고 몰입도 높은 교육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경남고 박명화 수석교사는 “이번 캠프는 단순히 말하는 기술을 익히는 자리가 아니라,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과정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토론 교육은 정보가 넘쳐 나는 시대에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남고는 2024학년도 교육부의 ‘자율형 공립고 2.0’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공립고가 지자체, 대학, 기업 등과 협력해 지역 맞춤형 교육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경남고는 이를 기반으로 ‘모두가 리더가 되는 토론학교’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정규 교육 과정에 ‘토의·토론 실습’ 과목을 신설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3년 과정의 토론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심화 학습을 원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토론 교육 자원봉사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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