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협정에 노란봉투법까지… 부울경 기업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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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미국 현지 부품 조달 땐 고사 우려
원청 책임 강화 협력사 많은 조선업 부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자동차·부품·철강 등을 주력으로 하는 부산·울산·경남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이 업종들은 협상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과 협상 타결이 안 돼 25%의 상호관세가 발효되면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기존의 관세인 50%가 유지된 철강 부문도, 한국에 같은 관세가 적용될 경우 지역 경제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부울경 기업들의 속내가 더욱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정부가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은 15% 관세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보다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를 지닌 부울경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제조업계의 부품 현지화 땐 고사 우려가 있다. 설령 ‘15% 관세’를 받더라도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1차 벤더가 2차 벤더 등에게 가격 절감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GM 창원공장은 미국 수출 비중이 80%가 넘어 관세가 부과되면 GM과 거래하는 지역 부품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관세협상에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가결됐다. 이 법안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원청 사업자’로 확대하고, 쟁의 행위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특히 조선업계의 반발이 거센데, 선박 건조 과정에 수십~수백 곳의 협력업체가 관여하는 특성 때문이다. 대형 선박을 만들 때 용접·도장·배관 등 수많은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원청 기업이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협력업체를 여럿 두고 일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부품 공급망을 통해 완성차를 생산하는 자동차업계도 같은 고민에 직면해 있다.

부울경 기업을 비롯한 산업계의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크다. 미국의 관세 폭격과 극단적 자국 우선주의 확산이라는 초유의 대외 복합 악재에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노란봉투법 개정이라는 ‘내우외환’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29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주목받는 조선업을 비롯해 자동차·철강업종이 다단계 협업 체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노조법 개정으로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우리 산업 경쟁력은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세 폭풍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에게 노란봉투법이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관세전쟁에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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