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정 엇갈린 대기업 메시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처벌강화 입법과 형벌 불안 해소 사이
정책 일관성 믿기 어렵게 만드는 괴리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시작하며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시작하며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그만큼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이 비상이라는 절박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테다. 경제와 통상 분야 주요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이 TF는 현 경제 상황의 보고와 대책을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자리다. 30일 열린 3차 회의에서도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심도있게 제기됐다. 이날 각 부처별로 경제성장 전략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권의 움직임과 결이 전혀 다른 메시지가 나오면서 대기업 메시지에서 당정이 큰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균형 발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는 “그동안 소위 불균형 성장 전략으로 특정 기업과 수도권에 자원을 ‘올인’하며 놀랄 정도로 신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불균형 성장의 폐해가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지역과 소득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 데 대한 새 성장전략 메시지로 보인다. 향후 지역 우대 정책 체계 전면 개편 등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할 전략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를 부르짖고 취임 이후 전국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열면서 강조해 온 이 전략은 이 대통령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정부 내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TF 가동 이유로 “한국에서 기업 경영 활동을 하다가 잘못하면 감옥 가는 수가 있다며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배임죄가 남용되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계획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 처리와 법인세 인상 등을 놓고 벌이고 있는 속도전과는 전혀 결이 다른 메시지를 기업에 주고 있다는 평가다. 여당이 기업 규제 입법 속도전을 펼치는 와중에 정부만 규제 완화를 부르짖음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비상상황이 상시가 돼 버린 한국의 경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몸부림은 눈물겹다. 하지만 그 노력이 좌충우돌 식으로 일관성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기업인 처벌 강화 내용의 입법 이면에 기업인들의 형벌 불안을 덜어주겠다는 TF 가동 얘기가 나온다면 더욱 그럴 터이다. 특히나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국내 기업을 연결고리로 벼랑 끝 대미 관세 협상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대기업 메시지에서 벌어지는 당정의 엇박은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하다. 정부의 노력이 실행력을 가지려면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처럼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전략과 그에 따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