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막아라”… 건설업계 ‘산재’ 초비상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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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건설현장 잇단 사망사고
대통령 “미필적 고의 살인” 질타
포스코이앤씨, 모든 작업 중단
업계, 규제 강화 예고에 불안감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등 건설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고강도 대책을 예고하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지난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등 건설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고강도 대책을 예고하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지난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하게 질책하면서 건설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올 들어 사망사고가 잇따랐던 한 건설사는 모든 현장에서 작업을 무기한 중지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업계는 현장 안전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관련 규제가 강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30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는 지난 29일 오후 인천 송도 본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올해 저희 회사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이어 또다시 이번 인명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 참담한 심정과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며 “잠재된 위험요소를 전면 재조사해 유사사고를 예방하고, 생업을 위해 출근하신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는 재해 예방 안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는 지난 1월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4월에는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도 일어나는 등 올해 들어 4차례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산재 사고로 노동자들이 숨진 사실을 언급하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강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산 사상구 엄궁동 ‘더샵 리오몬트’와 사하구 당리동 ‘더샵 당리센트리체’ 등에서 신축 아파트 건립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건설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노동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반얀트리 화재 사건’으로 시공사인 지역 업체 삼정기업의 회장 ‘부자’가 구속된 상황이라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안전관리 매뉴얼을 가다듬고 현장에서 이를 준수하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불시에 발생하는 사고를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산재에 대한 경고나 처벌이 강해질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폭염 이후에 폭우가 찾아오는 등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으면서 산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공사를 진행할 여건은 점차 나빠진다”며 “포스코이앤씨처럼 현장을 멈추게 된다면 당장 손해도 막심하겠지만, 추후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공사비 등에도 영향을 미쳐 여러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 사망 사고 근절을 위해 고강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산재 사고 발생 시 면허·인허가 취소, 공공발주 입찰 금지, 대출 규제 등의 페널티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부산의 중견 건설사 임원은 “지금의 중처법도 예방보다는 징벌적 성격이 너무 강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규제가 더 강화한다면 건설업을 하기가 사실상 힘들어진다”며 “이 같은 정책 기조 탓에 신규 공사나 지역의 주택 공급 등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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