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북 방송 중단 이어 고정식 확성기 철거…북 호응 주목
“남북 간 긴장 완화 조치”…북한과 사전 협의는 없어
북, 현 정부와도 대화 선 그었지만 정부 일관된 노력 강조
정동영, 조계종 총무원장 예방해 "남북화해에 역할 기대"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다고 밝힌 4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가림막. 철거 대상은 고정식 대북 확성기 전량인 20여 개로, 2∼3일 내 철거가 완료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4일 대북 심리전용 대북 확성기의 철거를 시작했다.
국방부는 이날 해당 사실을 전하면서 “군의 대비 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철거 대상은 고정식 대북 확성기 전량인 20여 개로, 2∼3일 내 철거가 완료될 예정이다. 이동식 확성기 10여 개는 지난 6월 대북 방송을 중단하면서 이미 철수했다.
앞서 군 당국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6월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방송을 재개한 지 1년여만이었다. 이에 북한도 대남 소음방송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새 정부의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 전단살포 중지, 개별관광 허용 등 유화적 제스처에 대해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는 ‘성의 있는 노력’”이라면서도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정부의 잇단 유화책들에도 남북 대화 재개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의 이런 반응 자체가 이전보다 진전된 태도라고 보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확성기 철거가 북한과 협의를 거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 측의 조치에 호응하는 움직임도 아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군의 고정식 확성기 철거에 대해 “잘한 일”이라며 “지금 남북 간의 제일 핵심은 신뢰이고, (대북 확성기 철거는) 무너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치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또 이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이 남북을 다시 평화공존으로 이끄는 위대한 사상”이라며 “불교계가 큰 역할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진우스님은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린) 금강산에는 유정사를 비롯해 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남북 불교계가) 사찰 관광과 공동법회를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화답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