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의무화·AI 교과서 지위 ‘격하’ 법안 국회 통과
이재명표 대표 정책으로 윤 정부 때 거부권 행사로 폐기
정부 바뀐 뒤 신속 처리…야 “국가 재정 흔들고, 지방자치 훼손”
1조8000억 예산 들인 AI 교과서 ‘교육자료’ 변경 법안도 처리
국힘 서지영·정성국 “저소득층 아이들 기회 박탈” 강력 반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법안 역시 야당 반발 속에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36명 중 찬성 161표, 반대 61표, 기권 14표로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무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운영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에는 보조금 예산이 추가로 지원될 수 있는 근거도 담겼다. 행안부 장관은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이용 실태조사는 3년 이내 범위에서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온 정책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지역화폐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 효과를 거론하며 “노벨평화상을 받을 정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해 효과 검증은 되지 않은 포퓰리즘적 현금 살포 정책이라고 줄곧 비판했고,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난해 이런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폐기시킨 바 있다. 그러나 탄핵으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권이 곧바로 신속 처리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날 법안이 처리되자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대단히 중요하고 유효한 정책”이라며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에서 교육위원회 소속인 서지영·정성국 의원 두 명이 반대토론에 나설 정도로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대했다. 서 의원은 “법안은 사교육을 못 받는 저소득층 아이들, 다문화 아이들, 장애 아이들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1조 8000억 원의 국가 예산과 8000억 원의 민간 투자 사업이 투입된 사업을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며 비판했고, 정 의원은 “전국 교원 설문조사에서 AI교과서에 부정적인 이유는 시스템 구축과 행정 지원의 부족이 주된 이유였다”면서 “시정되어야 할 것은 법적 지위가 아니라, 더 정교한 준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AI 교과서 정책은 학생들을 문제 풀이 기계로 전락시키는 무모한 정책”이라며 법안 처리를 독려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정부 때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도 처리됐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