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지방대 출신 '라인'
부산뿐만 아니라 진주 대전 나주 김천 등 각 지역에는 대형 공공기관들이 다수 이전해 왔다.
이들 공공기관 관계자는 세종시에 출장을 왔을 때 출입기자들을 만나곤 한다. 기자는 그들로부터 특정 지방대 출신 ‘라인’이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고 직접 들었다. 예를 들어 A대학 출신자들이 입사한 후, 선후배 간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돈독한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수도권 일극주의’로 치닫는 가운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한 정책이다. 하지만 지금도 상당수 중앙언론들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 “효과도 없었고 직원들에게 불편만 주는 일”이라며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최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말했듯이 이번 정부에서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이다. 이들 공공기관은 채용을 할 때 지역 인재를 30% 정도 뽑아야 한다. 이 역시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지방대에는 매우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예를 들면, 부산에 있는 남부발전은 부산지역 대학생 출신자를 지역 인재로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지역 인재 풀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해당기관 내 특정대 출신 라인이 생겨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지역 인재 채용을 완전히 광역화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한전에서 지역 인재를 뽑을 때, 광주·전남 대학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 경상 강원 등 전국 지방대 출신이라면 모두 지역 인재로 뽑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울산과 경남은 지역 인재 채용을 서로 허용했다. 울산 동서발전의 경우, 경남지역 대학생도 지역 인재로 뽑을 수 있다. 이제는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역 인재 채용을 완전 광역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 지역 인재 채용 제도’를 손봐야 될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그럴 때 지역 인재 광역화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지방에서마저 내 지역, 남 지역하면서 서로 갈라설 이유가 없다.
김덕준 세종취재부장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