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회담 통상·안보 빈틈없게 준비해야
동맹 현대화, 비관세 장벽 불씨 제거
양국 손잡을 때 공동 번영 설득해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을 공식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대통령 취임 82일 만에 개최되는 첫 한미 정상회담이라 과거 같으면 상견례 성격으로 여겼을 수도 있지만, 이번 회담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우리나라 안보와 경제의 미래상이 좌우될 회담이라서다. 사실 양국 사이 의제 중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아 진통이 불가피한 현안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꾸로 협력이 이뤄지면 공동 번영의 기회를 이끌어 낼 수 있기도 하다. 국제 질서 재편과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이번 회담이 한국의 미래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 국익 최우선의 협상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안보 의제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시각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국이 들고 나온 ‘동맹 현대화’ 논의는 꼼꼼히 뜯어 보고 실익을 따져야 한다. 중국 견제라는 더 큰 틀로의 전략 전환은 미국의 확고한 개입 원칙으로 대북 억지력이 강화되기를 바라는 한국의 기대와 간극이 커질 수 있다. 주한 미군 감축과 한국 자체적인 대북 억지력 증강을 요구하는 한편, 방위비 분담금도 대폭 인상하겠다는 모순적 논리는 대국민 설득력도 떨어진다. 안보 지형의 변화에 따라 한미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한반도의 평화 구축과 비핵화를 위한 한미 동맹의 역할이 약화되어선 곤란하다.
경제 현안은 난제가 얽혀 있다. 우선 농산물과 온라인 플랫폼법 등 비관세 장벽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이견의 불씨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15% 관세’에 묶인 해군력·조선업 부흥 프로젝트(MASGA)와 에너지 구매 등에서 얻을 미국의 이익을 적극 설득하고, 신속하고 구체적인 실행안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주도해야 한다. 여기에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전략 산업 공급망 협력과 함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통상 문제, 세부 관세 협상 등까지 매듭을 짓는 것이 목표다. 무너진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복원하는 최선의 파트너가 한국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면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과거 한국에게 미국의 안보와 시장 접근권 제공은 상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비약적인 국력 신장을 이뤘으나 이제 그 상수는 사라지고 변수로 남았다. 미국이 ‘동맹 우선’ 원칙을 폐기했기 때문이지만, 그렇다 해도 한국에 있어 전략적 관계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호혜주의 원칙에 따라 서로 국익 극대화를 모색하는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일 수 있다. 동북아 안정과 미국 제조업 부흥, 전략 산업 공급망 협력에서 한국과 미국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변화된 상황에 걸맞은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자국 산업 보호를 최우선에 두는 미국에게 한국과 공동 번영하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