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림자원, 창의적 아이디어와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조영복 (사)사회혁신연구원 이사장
부산대 경영대서 교수 생활 후 퇴직
국내 사회적기업 연구 효시로 꼽혀
청년 산림인 지원 프로그램 등 운영
새로운 개념 '산림 비즈니스' 전도사
지속적인 지역 인재 양성 교육 강조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대 명예교수’라는 직함이 무색할 만큼 활력이 넘치는 말이었다. 조영복 (사)사회혁신연구원 이사장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부산 금정구 구서동 (사)사회혁신연구원 교육장에서 부울경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산림형 비즈니스모델 전략수립 과정’을 열었다. 사회혁신연구원은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지원하는 ‘2025년 청년 산림인 성장지원 프로그램’ 운영기관에 올해 선정된 바 있다.
부산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인 조 이사장은 국내 초대 사회적기업학회 회장을 지내며 ‘사회적기업 육성 중장기 정책연구’로 국내 사회적기업 연구의 효시로 꼽히는 경영학자이다. 40년간의 교수 생활과 경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등의 이력을 뒤로하고 그가 선택한 새로운 길은 바로 ‘산림’이었다. 경영학 전문가가 숲으로 향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라를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는 것과 거목이 가득한 울창한 산림을 키우는 것은 같은 일입니다. 우리가 일상으로 마주하는 산림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기후변화와 ESG,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등 글로벌 아젠다의 중심에 바로 산림이 있으며, 이곳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조 이사장은 “산림이 지닌 가치를 경제·생태·사회·문화·정신적 측면에서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산림과 결합할 때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단순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전통적인 임업의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의 ‘산림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경북 영천의 산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교육받은 그의 지역 산림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몇 해 전 기장군으로 주거지를 옮긴 그는 그동안 사회공헌활동으로 진행해 온 ‘치유를 위한 정원 꾸미기’를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직접 임산물을 키우고, 산림자원경영포럼을 운영하고, 청년들을 위한 산림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지역 사회에 새로운 도전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얼마 전 그가 임업후계자로 선정된 사실은 그의 산림에 대한 진정성을 방증한다.
조 이사장은 천만 인구와 풍부한 산림자원을 가진 부산·경남 지역에 지속적인 산림인재 양성 교육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지역들은 이미 오래전에 산림 아카데미를 시작해 국가정원이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우리는 아직 초라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인재 양성이 가장 시급합니다.”
사회적기업 연구자로서 그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현재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산림은 공동의 자산”이라는 그의 말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회적 농업, 사회적 산림으로 이어지는 그의 길은 결국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혁신이라는 큰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행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위한 헌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산림자원이 치유, 복지, 관광, 교육, 헬스케어 등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청년들뿐만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 기술과 AI를 활용한 산림경영과 산림서비스는 단순히 일자리가 아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창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고, 잠재력은 깨우지 않으면 사장된다’는 그의 믿음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영학자와 사회적기업가를 거쳐 이제 산림인재 교육자로 새로운 길을 걷는 그에게는 ‘명예교수’ 타이틀보다 ‘명예청년’이라는 별명이 더 잘 어울려 보였다. 사회적 산림경영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그의 미소에서, 나이가 무색한 젊음과 열정이 빛나고 있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