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온 윤달… 묘지·비석 업계 호황
묫자리 옮기면 길하다는 미신
개장유골화장 전년보다 급증
장묘업계 수개월 전 예약 만료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화장장에서 유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년 만에 돌아온 윤달을 맞아 기존의 묘에 매장된 유골을 화장해 묘지를 이전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며 화장장 예약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윤달에 묫자리를 옮기면 길하다는 미신 때문인데, 묘지와 비석을 만드는 업계에도 예약이 몰리는 등 ‘윤달 특수’를 누리고 있다.
13일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윤6월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윤달이 끝나는 오는 22일까지 영락공원의 모든 개장유골화장 신청이 마감됐다. 개장유골화장이란 묘지를 이전하기 위해 기존의 묘에 매장된 유골을 화장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이번 윤달 기간 영락공원에서 진행된 개장유골화장은 258건으로 지난해 동기(23건) 대비 11배 이상 급증했다.
전통적으로 윤달은 ‘탈이 없는 달’로 여겨져 집안의 ‘큰일’을 치르기에 길한 시기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무덤을 파서 유골을 옮기기에 적합한 기간으로 윤달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최근 5년간 영락공원 개장유골화장 통계를 보면 윤달이 있는 2020년 2423건, 2023년1637건 순으로 가장 많은 화장이 진행됐다. 반면 평년엔 2021년 1372건, 2022년 1027건, 2024년 1146건에 그쳤다. 윤달이 있는 해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지난 1월 유골을 화장한 후 산이나 바다 등 자연에 뿌리는 이른바 ‘산분장’이 합법화되며 개장유골화장 수요가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묘지를 없애고 산분장을 지내는 추세가 강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부산 A장묘업체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의 인식이 바뀌면서 묫자리 관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게 됐는데, 이를 고려해 묘지를 산분장으로 바꾸는 50~70대 고객들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윤달에 묫자리를 바꾸려는 시민들이 늘어나며 묘지와 비석을 만드는 장묘업체 등도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이들 업체는 6~7개월 전부터 예약이 몰리는 등 ‘윤달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부산 B장묘업체 관계자는 “윤달이 끝나는 22일까지 모든 예약이 가득 찬 상태”라며 “장묘업체뿐 아니라 묘비나 표지석 등을 파는 석물업체에도 일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느라 분주한 부산시설공단은 예약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개장 요구 전용 화장’ 공간을 신설해 하루에 2회씩 운영하고 있다”며 “일반 화장을 진행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