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로컬문화 '지역재생' 일궈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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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로컬 컬처 키워드/박우현 회 3인 지음
지역소멸 막고 지역재생 해법 찾기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부산 영도의 관광객 소비 규모가 해운대의 5.6배였다. 영도의 변화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도시 재생 사업에 지역 문화와 콘텐츠를 엮은 ‘대통전수방’ 사업이 출범하고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2020년 즈음이다. 영도에 뿌리를 둔 삼진어묵은 영도의 역사를 간직한 음식 유산을 바탕으로 로컬 브랜드를 개발하는 지역의 창의적 소상인을 발굴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른바 로컬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양성하면서 지역 장인 발굴에 힘썼다. 이러한 노력은 지자체를 움직이게 했고, 영도가 로컬 크리에이터의 성지로 떠오르는 발판을 만들었다.”(본문 중)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노화한 나라다.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이다.

거기다 주거 공간부터 일자리, 교육·문화 시설 등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청년들이 대도시로 이탈하면서 지방 쇠퇴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심화하는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지역의 삶을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지역을 일상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또 도시에 살지만 지역살이를 경험한 후 로컬 지향적으로 살아가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과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청년, 지역 재생, 마을 스테이, 러닝 등 각 지역의 주목할 만한 키워드 18개를 선정해 그와 관련된 다양한 로컬 문화를 소개하고,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만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국 사회가 마주한 지역 소멸·불균형 문제에 관한 고민과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의 다양한 노력을 담고 있다.

충북 옥천군에서는 가난과 성차별이 겹친 현실 속에서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농촌 여성 노인을 위해 젊은 지역 주민들이 문해학교를 세웠다. 게다가 그것을 시작으로 전국 최초의 면 단위 도서관이 건립되고 무료 순환버스가 운행되는 등 변화의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광주 사람들에게조차 관심을 받지 못했던 양림동은 주민들이 자원봉사 모임을 조직해 마을 환경을 개선했고, ‘양림동 역사 문화 마을 관광 자원화 사업’에도 선정됐다. 최근엔 ‘마을이 미술관이다’라는 테마의 ‘양림골목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전북 장수군에서는 트레일 러닝을 좋아하는 젊은 부부가 등산로를 되살리고 전망 좋은 곳들을 찾아 이으면서 ‘트레일 러닝 코스’를 개발해 대회까지 열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트레일 러닝은 장수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됐다.

이처럼 지역 활성화 대책은 삶의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지역민의 삶을 먼저 살피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든다면 ‘관계 인구’를 포함한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박우현 박누리 서진영 윤찬영 지음/북바이북/268쪽/1만 8000원.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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