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인사 '줄사면' 후폭풍… 반쪽 행사 된 국민임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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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 저해 우려 불구 특사 감행
정상회담 코앞 국내 정치 현실 노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15일 예정된 국민임명식 등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15일 예정된 국민임명식 등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은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광복절이다. 암흑의 시대였던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주권과 자유, 민족의 빛을 다시 찾았다는 의미를 지니는 이 날은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미래를 향한 통합과 발전을 다짐하는 국가적 기념일이다. 이처럼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광복절이 통합과 발전을 다짐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는 여야의 대립으로 인해 분열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를 낳는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이 대거 불참하는 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전직 대통령도 모두 불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광복절 당일 저녁 열릴 예정인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임명식도 반쪽 잔치로 전락할 공산이 커졌다.

광복절 행사 불참을 선언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당은 광복절 당일 0시를 기해 사면되는 특별사면 대상자에 대한 반발을 불참 이유로 앞세운다. 이들 야당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가 특별사면에 대거 포함된 것이 국민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광복절의 의미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 상당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첫 사면이 정치적 사면이 되는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뜻을 내비쳤음에도 대통령이 이를 강행한 것은 국민통합을 도외시한 행위라는 뜻이다. 특히나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 등으로 유죄를 받은 윤미향 전 의원이 광복절에 특별사면된 데 대해서는 더 큰 비판을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은 광복절이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의 기일과 겹친다는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은 고령에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국민임명식의 행사 성격이나 기획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 때문인 것으로도 해석한다. 국민의힘이 국경일을 대통령 개인 정치 이벤트처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에선 광복절 특별사면 비판에 이어 국정과제 재원 마련조차 힘든 마당에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광복절을 맞아 대통령이 실시하는 특별사면 대상에 여권 인사가 대거 포함되자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특별사면을 감행했다. 그 결과가 80주년이라는 큰 의미에도 불구하고 범여권만의 반쪽 행사로 전락한 광복절 기념식이다. 취임 초부터 협치와 통합을 부르짖었던 이 대통령이 이 같은 후폭풍을 자초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야당의 광복절 행사 불참이 특검 수사와 내분 탓일 뿐이라고 자위하기엔 안팎의 냉정한 시선이 너무 우려스럽다. 특히나 일본·미국과의 정상회담 직전에 이들 국가에 우리 정치 현실을 발가벗고 보여주는 듯해 더욱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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