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 유일 사회공헌 전문기관… 선한 영향력 중심 기능” 유선미 부산사회공헌정보센터 팀장
2008년 전국 첫 설립, 복지 허브
기업과 지역사회, 사람 잇는 역할
각종 자원·공헌활동 ‘중매인’ 자부
부산 동래구 낙민로에 위치한 부산시사회공헌정보센터에서 근무 중인 유선미 팀장의 명함은 독특하다. 명함 한 면이 이름으로 가득 차 있다. ‘YOU are SUNshine for ME-사회공헌이란 누군가의 따스한 햇살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문장이 함께 적혀있다. 명함을 받는 이, 열이면 열 이렇게 말한다. “혹시, 선거에 출마하시는 건 아니죠?”
명함의 색깔도,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상대에 따라 골라 건네주는 유 팀장의 명함은 단순한 인사 도구를 넘어선, ‘사회공헌의 정체성’이 담긴 도입부다. 업무를 위해 다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한다. 유 팀장은 지역과 기업, 사람 사이를 잇는 ‘중매인’ 역할을 이같이 특이한 명함을 건네주며 시작한다.
부산시사회공헌정보센터에서 근무한 지는 이제 6년 차. 자원봉사와 후원·홍보 업무로 시작된 그의 이력은 한국해양진흥공사 사회공헌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열린경영위원, 여성가족부 멘토단 등으로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는 활동은 ‘연결’이다. 직접 모금하거나 사업을 운영하진 않지만, 필요한 곳과 나누고 싶은 사람을 이어주는 허브 역할, 이 업무가 바로 부산 유일의 사회공헌 관련 전문기관인 부산시사회공헌정보센터의 존재 이유다.
유 팀장은 “우리 센터의 역할을 아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중매쟁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자원이 필요한 곳과 자원을 나누고 싶지만 어디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 서로를 연결하는 곳이기 때문에 저는 그 표현이 ‘딱’이라고 생각한다”며 센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그는 “16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전국 최초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네트워크인 ‘부산기업복지넷’이 센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격월로 진행되는 정기 네트워크에서 집단지성의 힘을 눈으로 보고 있다. 연간 2번 진행하는 협력사업으로 부산 지역 집단적 영향력 모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영도구 신선마을에서 열렸던 ‘빅이벤트’에서 20개가 넘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힘을 모았다고 한다. 경로당 장판 교체부터 노후 아파트 외벽 도색, 식사 지원, 방충망 설치, 계단 형광 페인트 도색, 센서등 설치까지 각자가 맡은 역할로 인해 마을의 풍경이 달라졌다. 부산기업복지넷을 통해 ‘협력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부산형 사회공헌 모델의 대표적인 현장이었다고 한다.
유 팀장은 2019년 8월 센터에 입사한 후, 이듬해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이 주춤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이 줄어드는 것을 몸소 체감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런 고난은 도리어 기회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가 어려우면 기업은 가장 먼저 홍보와 사회공헌 예산부터 줄인다. 그래서 우리 센터에서는 내실 있는 모델을 제시해 사회공헌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애썼다”면서 “무엇보다 사회복지 현장의 욕구에 기반하면서도 기업과 복지 현장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한 결과 전달식, 활동기획, 언론보도까지 꼼꼼하게 연결해, 단발성 후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이 되도록 중간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 사회공헌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이어 “부산은 공공과 민간 모두가 사회공헌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뜬 도시다. 부산시는 2008년 사회공헌 진흥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전국 최초로 사회공헌정보센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센터는 현재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가 운영하고 있으며, 협의회는 부산광역푸드뱅크도 함께 운영하며 지역 복지 증진의 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또 “부산에는 남다른 사회공헌 DNA가 있다. 서원, 세정, 화승 등 수도권 못지않게 향토기업의 나눔 역량이 대단하다. 부산에 위치한 공기업과 기관들도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부산의 사회공헌활동 수준도 높다. 센터의 예산 부족 등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이 흐름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역사회에서 연결의 힘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연결해 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또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과 주민, 사회복지기관으로 필요한 자원이 흘러가게 되어 ‘변화’가 있었다는 복지 현장의 피드백 역시 계속 이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