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북극항로 시대 부산과 부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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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해양강국 비전 국가 새 성장 엔진
수도권 집중 분산 양극 체제 전환
글로벌 해양도시 도약 절호의 기회
역사의 변곡점 모두 적극 참여해야

항로(航路)란 선박이 지나다니는 해로(海路)와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空路)를 의미한다. 해운항만 업계에서 북극항로는 말 그대로 북극해를 경유하는 해상 운송 경로로 둥근 지구본에서 유럽과 러시아를 위로 두고 한국을 오른쪽에 두었을 때 시베리아 북쪽 연안에서 남으로 쭉 내려오며 부산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주로 말한다. 이 북극항로의 남쪽 끝을 한국의 부산항에 놓고 북쪽 끝을 러시아의 무르만스크항으로 놓으면 그 거리는 1만 5000㎞에 이른다. 한데 이 북극항로는 현재 상업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항로는 아니다. 현재는 북유럽에서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경유해, 중동과 서아시아를 지나 극동으로 들어오는 항로가 가장 짧은 2만 2000㎞다. 따라서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거리가 30% 이상 단축되면서 주요 기착지에 위치한 도시와 항만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난 13일 정부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하고 123대 국정 과제와 17개 시도별 공약과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균형 성장’ 분야에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이 포함됐다. 부산지역 7대 공약에는 해양수산부 이전, 해운 물류 대기업 본사 부산 이전, 북극항로 선도 육해공 트라이포트 육성 등이 제시됐다. 신임 해수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북극항로 시대를 잘 준비하고 선도해서 한반도 남단 여수, 광양, 부산, 울산, 포항에 이르는 북극항로 경제권역을 만들어서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장관이라 스스로를 소개했다. 부산항은 현재 글로벌 2위의 환적항으로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 환적 물량이 처리되고 있다. 한데 부산항의 이러한 글로벌 위상이 부산시나 부울경 경제권역의 성장에 기여하는 바는 한계가 있다. 부산항에 전 세계 283개의 정기 컨테이너 노선들이 기항하고, 국가 수출입 물량의 99.7%가 해상 물류에 의존한다는 사실 역시 부산시가 인구, 특히 청년 인구의 감소로 노인과 바다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을 막지는 못했다.

빠르면 연말에 진행한다는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열렬히 환영한다. 청사 인근 지하철역이 붐비고 식당가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회의체와 행사들이 개최될 생각을 하니 설렌다. 해수부 산하 여러 조직 중 직간접적으로 접해 본 해운물류국이나 항만국이 내륙이 아닌 항구 도시에 위치하게 되면 어떤 시너지가 실현될지 기대된다. 부산 이전이 거론되고 있는 국적 해운 물류 대기업 관계자 역시 최근 만날 때 마다 말미에 여담으로 부산 지역별 부동산 시세나 생활권 특징을 묻곤 한다. 이전 시 각 가구별 변화 관리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 발생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시작된 변화에 부산시와 업계가 다시 오지 않을 이번 기회를 살려 성장 동력을 반드시 확보해 내기를 소망한다. 부산시에서 북극항로 전담 TF를 꾸려 해수부 이전에 앞서 글로벌 해양도시 전략 구상 회의를 열고 중장기 계획 마련에 나선 것도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올해 5월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대한민국 마지막 기회가 온다〉는 제목의 책을 발행했다. 저자는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변곡점으로 북극항로 개척과 한국, 미국, 러시아의 합종을 제시했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 회복을 통해 북극항로 거점 도시로 부울경, 거점 항만으로 부산항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 관련 기업과 산업단지가 집적화된다”며 “현행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가 인구 분산을 통해 서울과 부산의 양극 체제로 전환됨으로써 한국의 가장 큰 당면 과제인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학교를 졸업하고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직장생활을 꽤 오래 해오고 있다. 정부 여러 부처 중 부산과 인연이 깊은 해수부가 이번과 같은 무게감을 가진 현안을 추진하는 부처로 집중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실제 업무를 같은 도시에 와서 한다고 하니 더 가깝게 느껴진다.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의 선점 경쟁에 뛰어든 북극항로가 실제 그 상업적 활용도가 높아져 기존 항로를 대체할 수 있을까? 부산항과 부산시, 그리고 대한민국은 변곡점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 역시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 담론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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