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여름철 화재 감지기 오작동 급증…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질까 우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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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45건 연중 최다
기기 노후 여부 무관 발생
안전불감증·소방력 낭비 우려
전문가 “국가 차원 지원 필요”

여름철 지속적인 고온과 습도 상승으로 화재 감지기 오작동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소방 당국이 화재경보기 점검에 나선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여름철 지속적인 고온과 습도 상승으로 화재 감지기 오작동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소방 당국이 화재경보기 점검에 나선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여름철 지속적인 고온과 습도 상승으로 화재 감지기 오작동이 지난달에만 부산에서 945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경보로 시민들이 대피하고 소방이 잘못 출동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안전 불감증이 커지고 소방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화재 감지 설비 오작동으로 인한 출동 건수는 지난달까지 4341건이다. 지난달에는 945건(21.8%)으로 올해 월별 출동 건수 중 가장 많았다. 오작동 출동이 가장 적었던 4월(467건)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부산 기장군 일광읍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해 일부 주민들이 대피했다. 같은 달 동래구 수안동의 한 건물에서는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오작동해 펌프차 2대와 소방관 11명이 출동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이러한 오작동의 주요 원인으로 여름철 습한 날씨를 꼽는다. 감지기 내·외부에 물이 맺히거나, 습기가 감지기를 오염시켜 불이 났다고 잘못 인식하는 것이다. 음식 조리, 벌레 침입, 청소 불량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이러한 오작동이 기기 노후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해 예방도 어렵다는 것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소방은 오작동 출동 시 해당 기기를 점검하는데, 기기를 수거해 다른 곳에서 작동하면 정상적으로 반응하는 등 고장이 아닌 경우가 다수다.

소방 당국은 여름철 습기에 강한 방수형 감지기 등 고급 감지기를 대안으로 거론하나, 전선과 기판 등 설비 자체를 수천만 원을 들여 바꿔야 해 도입이 쉽지 않다. 또한 해당 기종은 열 감지 기능만 있어 최근 주로 발생하는 연기 감지 오작동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처음 건물을 만들 때부터 방수 설비가 완료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를 교체하려면 건물 소유주가 직접 수천만 원을 들여야 해 노후 아파트나 구축 건물, 공장에서는 불편을 감수하고 그냥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잦은 오작동이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작동이 반복되며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대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소방 출동이 반복되면서 현장 대응력이 분산되는 등 소방력 낭비 우려도 크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오작동으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소방은 연기, 불꽃 등 화재 징후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최소 펌프차 2대와 탱크차 1대, 소방관 11명을 현장에 내보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설비를 교체하려면 비용 부담이 큰 만큼 국가 차원에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의 한 민간기업 소방기술사는 “과거 5000원 남짓의 값싼 비용으로 화재 설비를 들인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이라며 “최신 감지기 설비를 설치하는 공장이나 기업 등에 보험료·재산세 감면 등 금전적인 혜택을 주면 감지 설비를 바꾸는 곳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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