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내림 비용 내놔" 무속인 지시에 따라 전 남편 폭행 살해한 40대, 딸과 함께 징역형 확정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투데이
자녀들의 신내림 굿 비용을 받아내기 위해 전 남편을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여성의 중형이 확정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법원 3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 씨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고 범행을 부추긴 40대 무속인 B 씨도 징역 30년이, 신이 들린 연기를 하며 아버지를 함께 폭행한 딸 C 씨는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 9일 경기도 양주시의 한 주택에서 전 남편인 D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자녀 1명은 미성년자로 촉법소년에 해당해 기소되지 않았다.
A 씨와 D 씨는 2017년 10월 점집을 운영하던 무속인 B 씨를 만나 그를 맹신하게 됐다.
이후 이혼한 A 씨는 자녀들과 함께 B 씨 집에서 살았는데, 이들은 범행 전부터 D 씨에게 '자녀들이 몸이 안 좋은 이유가 신기 때문이라 굿을 해야 한다'며 굿 비용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이를 믿게 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4대 할머니', '나랏장군' 신이 들린 연기를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D 씨가 돈을 내놓지 않자 모녀와 무속인은 6일간 D 씨를 손과 둔기 등으로 500차례 이상 폭행해 그를 사망케했다.
1심은 "다양한 방법으로 폭력을 가해 피해자를 문자 그대로 때려죽였다. 피해자는 자기 자녀와 전 배우자에게 반항도 하지 못하고 500회 이상 폭행을 당하다 참혹하게 짧은 생애를 마감하게 됐고, 일가족은 와해됐다"면서 A 씨와 B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B 씨에 대해서는 "모녀와 피해자가 자기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신들린 연기를 할 것을 지시하고, 모녀에게 '굿을 안 하면 죽거나 잘못된다'고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범행을 부추긴 데에서 이 사건이 비롯됐다고 봄이 상당(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딸 C 씨에 대해선 "아직 19세이고,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뒤늦게나마 B 씨의 행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모습에 비춰 장차 교화·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 사망 후 곧바로 112 신고를 한 점 △폭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교화·갱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바탕으로 A 씨와 B 씨를 징역 30년으로 감형했다.
이들은 재차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기각했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