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처법 2호’ 사건, 2심서 하청업체 대표 등 감형
원청업체 전 대표 ‘징역형 집행유예’ 유지
하청업체 대표·현장소장 1심서 실형 선고
항소심 재판부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관계자가 19일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항소심 판결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우영 기자
부산에서 두 번째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전 대표에게 항소심 법원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하청업체 대표와 현장소장에게도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19일 부산지법 형사7부(신형철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업체 전 대표이사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유지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은 하청업체 대표 B 씨와 현장소장 C 씨에겐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8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크레인 운전기사 D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그대로 선고받았고, 원청업체에 대한 벌금 1억 원도 유지됐다. 재판부는 “벌금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데 중처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기업들 처벌 수위를 보면 벌금 1억 원이 무겁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2022년 11월 2일 부산 기장군 한 공사 현장에서 4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불법 개조한 화물 크레인 위에서 작업대를 설치하다가 2m 아래로 추락했다. 작업대와 함께 떨어진 그는 같은 달 7일 숨졌다.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은 작업대 추락 위험 방지를 위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안전 대책을 포함한 작업 계획서를 쓰지 않은 데다 안전 인증 기준에 부적합한 크레인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항소심 선고 뒤 시민단체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관계자는 “1심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이라 말했는데 2심에선 그보다 더 낮은 판결이 나왔다”며 “안타깝고 분노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 보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해 더 이상 노동자가 중대 재해로 죽음을 당하는 일터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중대 재해에 대한 진상 규명과 노동자 죽음에 책임을 제대로 지게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