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 요거, 부산 거였어? [비즈앤피플]
가성비·가심비 모두 잡고 전국구 맹활약
장인 정신 내세운 파크골프 클럽 ‘브라마’
부산 저가커피 ‘더벤티’ 전국에 1287곳
‘패스오더’ 부산 스타트업 페이타랩 개발
견과류 가공식품 ‘머거본’ 부산서 출발
괜히 반가운 것들이 있다. 같은 동네 출신, 같은 성, 하다못해 같은 미용실만 다녀도 괜히 더 반갑다. 오죽하면 학연, 지연, 혈연이라고 하겠는가.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연들은 존재한다. 마트에서 소비기한을 확인하려다 제조 지역에 ‘부산’ ‘울산’ ‘경남’이 들어가 있다면 괜히 반갑다. “어 이게 지역 기업이었어?” 하는 감탄사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인 가심비가 높아지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지역 기업들이 가심비에만 기댈 수도 없다. 가심비는 기본,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 가성비를 보태면 지역을 넘어 전국구 기업이 된다. 지역 기업들은 가심비는 물론 가성비를 잡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이용자와 소통 중이다.
■부산서 46년 골프 클럽 외길
최근 시니어들에게는 파크골프가 인기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다르게 골프 클럽을 하나만 쓴다. 그래서 클럽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 중 알 만한 이들은 ‘브라마’라는 브랜드를 찾는다. 브라마는 별도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입소문으로 1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파크골프 클럽계의 숨은 강자다.
브라마 파크골프 클럽의 생산자는 부산 강서구에 있는 하나산업사다. 하나산업사에는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문의 전화가 이어진다.
브라마가 내세우는 강점은 장인정신이다. 하나산업사 김길선 대표는 46년 동안 부산에서 골프 클럽을 만들던 장인이자 공학도다. 1999년 브라마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2009년에는 ‘디암’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도 만들어 명품 골프 클럽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박 대표는 골프 클럽을 만들다 8년 전부터 파크골프에 눈을 떠 현재는 파크골프 클럽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브라마는 100% 부산에서만 생산한다. 중국에서 생산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품질에 대한 관리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생산하는 직원들도 20년 이상 김 대표와 골프 클럽을 만들던 장인들이다. 지금도 매일 김 대표와 연구직원들은 파크골프 클럽의 비틀림, 타감 등을 연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2012년 골프 클럽을 만들던 회사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에 선정된 것이 우연이 아니다. 김 대표는 “파크골프 클럽은 나무가 주재료가 된다. 나무는 주조나 단조 방식으로 제조되는 골프 클럽에 비해 훨씬 다루기 어려운 소재고 수작업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최고의 성능을 개발하기까지 정해 놓은 목표는 10년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캐드를 직접 만지며 최적의 디자인,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품질을 위해 부산 내에서만 생산하고 있다”며 “지금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지만 앞으로도 더 좋은 파크골프 클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은 역시 커피 도시
2014년 처음 가맹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더벤티’는 7월 말 기준 전체 1287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서울 175개 매장, 부산에 74개 매장이 있다. 이는 전국 커피 매장 중 3~4위를 다투는 숫자다.
숫자만 보면 서울에서 시작한 브랜드 같지만 더벤티는 전국 최초로 부산대 앞에서 저가 커피 시장을 연 기업이다. 2014년 부산대 앞에서 벤티 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1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았다. 그 덕에 더운 여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게 된 셈. 부산대 1호점에서 시작한 더벤티는 올해 톱스타인 ‘지드래곤’을 모델로 쓸 수 있는 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더벤티의 장점은 소비자와 소통하며 만든 트렌드에 맞는 메뉴다. 특히 바닐라딥라떼, 아인슈페너, 메론소다 등이 인기다. 더벤티 관계자는 “기술연구소에서 항상 트렌드를 확인하고 메뉴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대학생 서포터즈 50명의 시음회를 통과해야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더벤티는 베트남과 캐나다 지역으로 진출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커피도시 부산을 품은 기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카페 주문앱 ‘패스오더’도 부산 지역 스타트업 (주)페이타랩이 시작한 서비스다. 패스오더는 이미 8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됐다. 업계 1위다. 서비스 이름처럼 미리 음료를 주문해 음료를 받기 위한 대기시간이 없어 이용자들이 선호하고 중소규모의 카페점주들 역시 주문 시스템을 자동화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부산시는 ‘2023년 서비스 강소기업’으로 선정해 커피도시 부산에 중요한 서비스로 육성 중이기도 하다.
■지역의 숨은 스테디셀러
대한민국 견과류 가공식품의 양대 산맥 브랜드 중 하나가 지역에 있다. 바로 (주)머거본이다. 머거본은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할 때 견과류, 어포, 육포 등을 찾는다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눈에 띄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머거본은 부산 영도구에서 1986년 식품 관련 OEM 사업을 하다 2008년 머거본 브랜드를 출시했다. 머거본은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다. 특히 1990년 초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칼몬드’ ‘피스타치오’ ‘커피땅콩’ ‘꿀땅콩’과 같은 독특한 견과류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칼몬드는 멸치와 아몬드를 혼합한 제품이다.
머거본의 스테디셀러는 역시 칼몬드와 커피 땅콩이다. 칼몬드는 지난해 기준 181만 개를 판매해 4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커피땅콩은 448만 개를 판매해 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년 이상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머거본은 부산 영도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가 지난달 울산으로 본사를 옮겼다. 머거본 관계자는 “여전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매출이 10% 정도 더 나온다”며 “많은 분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점을 알고 아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