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초불확실성 시대, 파고를 넘어

류순식 기자 s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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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식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미래 상황 예측 어려운 불확실성 가중
개인 삶·국가 미래까지 직간접적 위협
올 세계해양포럼 키워드 '초불확실성'
해양 매개 연결, 포용, 회복력 해법 모색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진 느낌이다. 오래전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현대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고 정의했다. 유명 학자 설명 이전에도 인간을 둘러싼 제반 상황들이 불확실하긴 마찬가지였겠지만 체감적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들어 정치, 경제 등 사회 각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 특히 경제 불확실성은 외적인 요인에 더 기인한다. 국제 사회 연결성이 예전보다 훨씬 강화됐다. 특정 국가 정책이나 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되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이 예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15%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한미 간 디테일에선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 25일(미국 현지 시각)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다.

전 지구적인 불확실성은 우리나라 정치, 경제, 외교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불확실성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개인 삶부터 국가 미래까지 직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마치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처럼. 세계는 전에 없던 복잡하고 상호 연결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그야말로 불확실성을 넘어 ‘초불확실성’의 시대인 셈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극복하는 방안은 없을까?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해양포럼이 그 해답을 찾아 나선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부산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해양포럼은 올해 대주제로 ‘초불확실성 시대, 파고를 넘어’로 잡았다. 대주제를 정할 당시, 올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럴 기미는 없어 보인다.

제19회 세계해양포럼은 오는 10월 22일부터 사흘간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다. 글로벌 토론의 장인 포럼은 올해 해양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에 착안했다. 전 대륙을 연결하고, 생명을 포용하고, 오염된 곳을 치유하는 역할을 말한다. 연결성, 포용성, 회복력 등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 불확실성과 난제를 누그러뜨리고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연다.

해양은 예로부터 대륙과 문화를 이어주는 통로였다. 사람과 물자, 문화가 오가며 문명 교류를 촉진했다. 막힌 곳을 뚫어주고, 고립된 곳을 연결했다.

오늘날 전 세계는 의외로 벽을 쌓고 단절된 곳이 많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 정치든 이념 차이든. 여하튼 각자도생의 상황에 놓여있다.

올해 포럼은 불확실성 시대의 극복 방안으로 해양을 매개로 한 국제사회 협력과 이해 증진을 촉구한다. 해양은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공간이다. 반면 개별 국가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포럼은 기후 위기와 국제무역 갈등, 자원 경쟁 등으로 인해 심화되는 해양 분야의 복합 위기 상황을 진단한다. 국제협력과 해양 거버넌스를 모색하고, 혁신적 해결책을 찾는다.

올해 세계해양포럼은 해운항만, 조선, 수산, 블루이코노미 등 다양한 이슈를 토론의 장에 올려놓는다. 불확실한 요인들을 짚고, 국제 사회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 중 조선 분야와 북극항로 등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분야이다.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핵심 산업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우리나라는 이를 바탕으로 얼마 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가려운 조선 분야를 긁었다. 조선 세션은 향후 전개될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대응 방안, 글로벌 공동 프로젝트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포럼이 열리는 부산은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해양수도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선정한 123대 국정 과제에 부산은 해양에 방점을 뒀다. 해양수산부 이전, 해운물류기업 본사 이전, 해사법원 신설,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이 계획됐다.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해양 중추도시이자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부산의 발전 방안을 들어본다.

역사는 끊임없이 불확실성 시대를 헤쳐 온 인류의 지혜를 증명해 왔다. 포럼은 그동안 다양한 국제 해양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양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댔고,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해양을 매개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통찰을 보여줬다. 올해 세계해양포럼이 초불확실성 시대의 파고를 넘어 ‘K해양강국’으로 가는 길잡이가 되길 기대한다.


류순식 기자 s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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