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앞서가는데…” 한국 스테이블코인 논의 제자리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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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EU MiCA 기준 ‘유라우’ 출시
일본 금융청, 엔화 고정 코인 허용
CBDC 강국 중국도 정책 검토 나서
한국 법안 4개 상정돼 있으나 표류

홍콩에 있는 독일계 은행 도이체방크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 있는 독일계 은행 도이체방크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이 앞다퉈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며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제도화 논의가 지지부진해 글로벌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독일 합작법인 올유니티는 지난달 1일 유럽연합의 ‘가상자산 규제법(MiCA)’에 부합하는 첫 유로화 스테이블코인 ‘유라우’를 출시했다. 도이체방크 자회사 DWS와 플로우 트레이더스, 갤럭시가 참여한 이 합작사는 독일 금융감독청이 발급한 전자화폐기관(EMI)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100% 준비금 구조를 도입해 발행 투명성을 확보했다.

이더리움 기반 ERC-20 토큰으로 발행된 유라우는 분기별 준비금 증명 보고를 거쳐 신뢰성을 높였다. 또 24시간 실시간 국경 간 결제를 지원해 유럽의 금융 주권 강화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일본도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도쿄 핀테크 기업 JYPC에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처음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JYPC는 자금이동업자로 등록한 뒤 ‘JYPC’라는 이름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1엔과 가치가 연동되도록 예금과 국채를 기반 자산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3년간 1조 엔 규모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제 송금 등 실생활 결제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23년 개정된 자금결제법에 따른 첫 사례로, 일본이 규제 틀 안에서 스테이블코인 실용화를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앞세워온 중국도 최근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검토하면서 움직임을 넓히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이달 말 고위 지도부 회의를 열고 ‘위안화 국제화 로드맵’을 승인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확산 대응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퀀텀, 네오 등 중국계 코인이 급등하는 등 시장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미국이 ‘지니어스 법’을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상황에서 독일과 일본, 중국의 잇따른 행보는 달러 일극 체제에 맞서는 유럽과 아시아의 대응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발행 권한을 은행에만 둘지, 핀테크·전자금융업자 등 비은행에도 열어줄 지를 두고 국회와 정부, 한국은행 사이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국회에는 이미 4개의 법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코인 발행사 요건을 자기자본금 5억~50억 원까지 모델이 다양하다. 하지만 심사가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로 분산돼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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