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관광개발공사 임원은 ‘퇴직 공무원 자리보전용’?
제6대 사장에 강석수 전 의회국장
역대 6명 중 4명 고위공무원 출신
사장 임명직 본부장도 공무원 독식
“들러리 싫다” 공모 지원자도 없어
통영시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 신임 사장에 강석수(왼쪽) 전 통영시의회 사무국장이 25일 임명됐다. 통영시 제공
경남 통영시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이후 공사) 임원 채용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장과 본부장 등 요직을 매번 공무원 출신이 꿰차면서 ‘퇴직 공무원 자리보전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당장 매년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는 위기 상황에 행정 전문가보단 경영 전문가가 더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영시는 25일 제6대 공사 사장으로 강석수(67) 전 통영시의회 사무국장을 임명했다. ‘오랜 공직 생활을 한 행정 전문가로 풍부한 경험과 자질 그리고 공기업 조직 경영에 필요한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는 게 통영시 설명이다.
공사는 통영시가 현금과 현물 179억 9100만 원을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시장이 임원 임명권을 갖는다. 앞서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공개모집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했고, 천영기 시장이 강 전 국장을 낙점했다.
새 사장 임기는 임명일로부터 3년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도 가능하다. 연봉은 시장과 상호협의 후 결정하는데, 기본급에 수당, 인센티브를 합쳐 1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다방면에서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공사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물적, 인적 자본의 질적 개선을 통해 변화하는 관광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높이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강 사장은 “시민 기대에 부응하고, 관광도시 통영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공무원 출신이 공사 내 요직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 신경철 전 사장은 공모를 통해 선임된 전문 경영인이었다. 개장 초기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케이블카를 ‘국민케이블카’라는 반석 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용우 직전 사장을 포함해 이번 강 사장까지 이후 임명된 5명 중 4명(이상균 전 창원시부시장, 김영균 전 통영시부시장)이 고위공무원 출신이다.
여기에 2014년부터 공사 직제에도 없던 본부장(임원) 자리까지 만들어 퇴임한 통영시청 공무원을 앉히고 있다. 본부장 임명권자는 사장이다. 공사가 퇴직공무원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통영관광개발공사 주력 시설인 통영케이블카. 부산일보DB
게다가 지금 공사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만큼은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는 2007년 설립 이후 2019년까지 13년 연속 흑자를 냈다. 비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케이블카였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통영케이블카는 매년 탑승객 100만 명을 넘기며 국내 케이블카 산업의 ‘롤모델’이 됐다.
이를 토대로 매년 통영시에 30억 원 안팎의 이익 배당을 안기며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 통영시로부터 스포츠파크, 수영장, 수산과학관 등 만성 적자 시설을 떠안으며 부담이 커졌다. 그나마 케이블카로 손실을 메우며 겨우 흑자를 유지했지만 사천, 여수에 경쟁 시설이 속속 개통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찮게 됐다.
‘포스트 케이블카’로 선보인 어드벤처타워, 욕지도 관광모노레일, 디피랑 등 대체 시설도 기대만큼의 반향을 끌어내진 못했다. 특히 모노레일은 2021년 11월 차량 탈선 사고 이후 4년이 다 되도록 재운행 시점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탑승객이 급감하면서 2020년 공사 설립 후 처음으로 적자(당기순손실 13억 8600만 원)를 기록했다. 이어 2021년도 8억 1100만 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2022년 허리띠를 졸라맨 끝에 2억 8386만 원 수익을 냈지만 일상 회복으로 해외여행이 늘고 국내여행은 되레 감소하면서 2023년 당기순손실 39억 3487만 원이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다급해진 공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다시 한번 고강도 자구노력을 벌여 지난해 가까스로 흑자(당기순이익 3억 5200만 원) 전환에 성공했다.
이처럼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공개 모집을 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이번 사장 공모도 1차 때 지원자가 1명뿐이라 재공모를 진행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갈수록 경영 압박은 커지는데 들러리 세우는 것도 아니고, 결과가 뻔한데 역량 있는 인재가 지원하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퇴직자와 행정가가 안 된다는 게 아니다. 운영 여건이 좋은 상황이라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경영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분명 아쉽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