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도 토스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으로 여는 콘텐츠 투자 혁명[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
⑮ATU파트너스 박정무 대표
철강기업인 2세에서 콘텐츠 투자자로
청산펀드 평균 IRR 89% 독보적 성과
e스포츠구단 ‘DRX’ 35배나 성장시켜
NFT로 진화하는 K콘텐츠는 좋은 IP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등과 시너지”
ATU파트너스 박정무 대표. 비온미디어 제공
[편집자주]‘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는 블록체인 전문 매체 비온미디어의 심준식 대표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리더들과 나누는 심층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 미래 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부산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모색합니다.
“전통 케이팝에도 토스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정무 ATU파트너스 대표의 이 한 마디는 그가 바라보는 디지털 콘텐츠 혁명의 핵심을 담고 있다. 언론인, 맥킨지 컨설턴트, CJ ENM 글로벌 사업팀장을 거쳐 현재는 89% 평균 청산펀드 내부성장률(IRR)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내는 투자전문가로 변신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투자 수익률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창작자, 참여자, 기여자 모두가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경제적 보상을 받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현실로 구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DNA에서 블록체인 비전으로
철강기업인 2세인 박 대표가 선택한 길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저희 창업자이자 회장님인 어머님의 신조 중 하나가 바로 ‘철강회사에 들어오지 말라’는 거였어요. 철강이라는 산업은 성장이 완만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찾아오라는 주문이었죠.”
진짜 전환점은 CJ ENM 시절이었다. “한국이 콘텐츠라는 소프트파워로 퀀텀 점프할 수 있는 넥스트 빅씽이구나를 실제로 경험했어요. 그게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되어 투자회사를 만든 거죠.”
■89% 수익률의 비밀: 메가트렌드와 블록체인
최근 청산한 3개 펀드의 평균 IRR이 89%다. 누적 총 운용자산 3100억 원 이상, 포트폴리오 40여개사에 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where to play’(어디서)입니다. 성장할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하는 거죠.”
시장 선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번째는 ‘how to play’(어떻게)입니다. 저희가 들어갔을 때 단순히 투자만 해놓는 것이 아니라 밸류업을 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대체불가토큰(NFT) 발행, 팬토큰 시스템 등 디지털 자산 생태계로 진화하도록 방향을 제시해왔다.
■DRX 신화: 블록체인 자산화의 실증
ATU파트너스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e스포츠 구단 DRX는 2019년 연매출 10억 원에서 2024년 350억 원으로 35배 성장했다. 볼트온 인수합병(M&A)으로 생태계를 구축한 결과다.
더 의미 있는 것은 DRX가 이미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자산화를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무릎 선수 NFT는 처음 30만 원에서 80만 원까지 올랐고, 장재호 선수 NFT는 4900만 원까지 거래됐어요.” 팬들이 선수와 구단의 성장에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
■케이팝의 블록체인 혁명
박 대표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디지털 아티스트 시장이다. “케이팝에도 토스 같은 디스럽티브한 플레이어(새 판을 짜는 도전자)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나와 같이 성장하고 나만의 아이돌이 성장하는 것이 케이팝의 넥스트라고 생각해요.”
실제 사례가 QWER이다. “0부터 지금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성장형 아이돌의 디지털 내러티브죠.” 팬들이 아티스트의 성장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투자하는 새로운 문화 생태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3년 디지털 아티스트 시장이 8조 원에서 연 40% 성장해 2033년 1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콘텐츠 IP의 블록체인 토큰화
“콘텐츠 자체가 이미 디지털화되고 있고, 이거야말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화가 될 수 있는 좋은 지식재산권 (IP)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 모델도 명확하다. “DRX나 디지털아티스트의 팬토큰을 만들어서 팬들이 다음 곡을 결정하고, 굿즈를 결정할 수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도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 프로젝트를 토큰화하면, 매년 저작권 정산을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 배분받을 수 있어요.”
ATU파트너스 로고. ATU파트너스 제공
■부산과의 시너지: 블록체인 허브 구축
박 대표의 비전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정책과 일치한다. “부산은 지스타, 국제영화제 등 콘텐츠와 디지털 자산 기술이 결합된 컬처테크 도시예요.”
구체적 협력안도 제시했다. “3Y Corporation의 새로운 디지털 아티스트를 런칭할 때 100억 프로젝트의 50억을 토큰화해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어요. DRX 팬토큰 같은 부산만의 독특한 IP들이 거래된다면 글로벌 관심을 받을 수 있어요.”
■글로벌 자본의 주목
최근 일본, 중국,대만, 태국의 글로벌 최상위 기업들이 ATU파트너스에 유한책임출자(LP) 참여를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한국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직접 투자는 어려우니 간접 투자를 원하는 거죠. ATU가 K컬처에 대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미래 로드맵과 철학
ATU파트너스는 지난 4월 한국성장금융에서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올해 말까지 1000억 원 이상 규모로 컬처테크와 콘텐츠 IP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은 2022년 DRX 롤드컵 우승에서 나온다. “우승 확률 0.3%였는데 결국 우승했어요. 1%도 안 되는 확률이어도 꺾이지만 않으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그래서 올해 DRX 화두도 ‘언브레이커블 스피릿’(꺾이지 않는 정신)입니다.”
박정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콘텐츠 IP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화”를 강조했다. DRX NFT가 4900만 원에 거래되고, 성장형 아이돌이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은 전통 콘텐츠 산업과는 다른 경제 구조를 보여준다.
그가 제시한 부산과의 협력 구상은 부산 디지털자산 허브 정책과 방향이 일치한다. 전통 제조업에서 출발해 ‘청산펀드 평균 IRR 89%’의 독보적 수익률을 달성한 그의 사례는 K콘텐츠와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