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헌 소지 내란 특별재판부… 여당 입법 폭주 멈춰야
강성 지지 세력 해바라기 외곬 입법
사법부 붕괴 초래 땐 법치주의 실종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이 특정 사안을 놓고 미묘하게 어긋나는 스탠스를 보이면서 당정 관계가 어정쩡해지고 있다. 이번에 당정 사이에 던져진 사안은 ‘내란 특별재판부(이하 특판)’ 설치 문제다. 내란 특판은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특검’이라 부르는 조은석 특별검사의 구공판 사건을 전담할 특별한 재판부를 뜻한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설치한 특별검사에 이어 사법부의 판단을 믿지 못한다며 특별재판부까지 만들기 위해 위헌 가능성 등 온갖 비판을 외면한 채 외곬로 치닫는 중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국정 동력 회복과 민생을 위해 펼쳐야 할 대통령의 행보까지 삼키는 여당의 초강경 드라이브를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내란 특판이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지난달 말이다. 조은석 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조은석 특검의 구공판 사건을 전담하는 내란 특판 설치를 결의하면서다. 이 같은 논의를 민주당이 당론화하자 당장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지난 1일엔 법원행정처가 ‘내란 특판 설치는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 이튿날에는 변호사단체가 ‘법관 임명 절차에 헌법상 임명권자가 아닌 외부 인사가 개입할 수 있는 내란 특판 설치는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민주당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 새어나왔으나 당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을 고려한 듯 위헌 소지 지적을 맞받아치고 나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14년 세월호 사고 때 사법부 스스로 재판부 설치를 검토한 바 있다”고 위헌 소지 지적을 일축하며 “내란 특판 설치는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여당의 행보는 검찰개혁을 마무리한 뒤 사법개혁에 착수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타임라인 자체를 흔드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대통령실로서는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여당의 행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위헌 소지에도 불구하고 내란 특판을 설치한다고 해서 조은석 특검의 구공판이 여당이 바라는 대로 흘러간다는 보장도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피고인들이 특판의 위헌성을 문제 삼을 경우 재판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만약 피고인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고 그 결과 위헌 판결이 난다면 그땐 특별헌법재판소를 만들 것인가. 특별한 존재의 남발은 결국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뿐이다. 검찰이라는 시스템 대신 특별검사를 남발하면서 검찰 시스템은 결국 붕괴됐다. 법원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시작함으로써 사법부 붕괴까지 초래한다면 앞으로 누가 법치주의에 승복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