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였다" 수백 차례 허위신고 끝에 5명 구속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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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때마다 경찰·소방 출동하며 소동
뿔난 경남경찰, 두 달 간 허위신고 단속
위계공집방해 5명 구속 등 72명 입건
단속 후 112신고 4%, 8% 감소세

112신고 처리하는 경찰관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112신고 처리하는 경찰관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1. “방금 사람을 찔러 죽였다” 50대 남성 A 씨가 지난 7월 16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 주거지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112에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과 소방은 인력 수십 명을 현장으로 급파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현장에 도착하니 살인 사건이 아닌 허위신고로 드러났다.

허탈하게 귀소한 경찰과 소방을 본 A 씨는 2시간 뒤 다시 “사람을 죽였으니 경찰차를 보내 달라”고 112에 전화를 다시 걸었다.

무직인 A 씨는 평소 술에 취하면 “커피를 갖다 달라”는 등 하루에만 114건, 1년간 2600건이 넘는 112 허위신고를 상습적으로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 “집에 불을 지르고 죽겠다” 50대 남성 B 씨는 지난 6월 30일 밤 밀양시 청도면 자신의 집에서 119에 전화를 걸어 자살을 암시했다.

경찰과 소방이 현장에 출동, B 씨는 실제 부탄가스 토치로 경찰관을 위협하며 방화를 시도했다. 집 바닥에 종이상자와 옷가지 등을 던지고 불을 붙이려다 경찰에게 제지당하며 미수에 그쳤다.

조사 결과 B 씨는 1년 사이 “자살하겠다”는 등 내용으로 300차례 넘는 112 허위신고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소방이 출동한 사건만 10건이었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8월 사이 112 허위신고를 집중단속해 72명을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 중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5명을 구속하고, 2명은 불구속, 1명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나머지 64명은 즉결심판에 부쳤다. 즉결심판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정식 재판 없이 판사가 신속하게 형을 선고하는 절차다.

이와 별개로 상대적으로 범행이 경미했던 8명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이 아닌 경고 조치했다. 치료가 필요한 1명에 대해서는 가족과 협의해 보호입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찰은 112 허위신고와 장난 전화 등으로 인원 공백이 생기면 다른 긴급상황에 대응 지연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다. 통상 살인·방화·자살 등 허위신고 한 번에 경찰관과 소방대원 등 인원 20~30명이 출동하게 된다.

경남경찰청 본청과 신관 전경. 부산일보DB 경남경찰청 본청과 신관 전경. 부산일보DB

경찰은 이번 허위신고 집중 단속 이후 112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을 고무적으로 본다.

경남경찰에 따르면 올해 7~8월 112신고 건수는 총 18만 47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 7821건보다 1만 3119건, 6.6%가 감소했다.

기간별 감소세를 보면 △1~6월 3% △7월 4.3% △8월 8.9% 수준이다. 1~8월 총 112신고 건 수는 작년 71만 2245건에서 올해 68만 3825건으로 약 4% 줄었다.

경찰은 허위신고 집중 단속 사전 홍보와 검거 보도 등을 통해 상습 허위 신고자들에게 위기의식을 고조시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한다. 단속기간 종료 후에도 오는 10월까지 이뤄지는 생활 폭력배 집중단속과 연계해 상시 단속 체계를 만들어 생활 속 기초 질서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로 술에 취해 허위 신고하는 사례 등을 고려한 조처다.

김성희 경남경찰청장은 “국민이 경찰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할 때 가장 급하게 찾는 창구가 112다”면서 “허위신고나 장난 전화로 인해 정작 경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에만 112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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