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매출 반토막’ 신음하는 면세점 업계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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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과 보따리상 수수료 등 복합적 원인
지난해 대비 부산 면세점 매출액 40% 줄어

서울 롯데백화점 면세점 모습(기사와는 관계 없음). 연합뉴스 서울 롯데백화점 면세점 모습(기사와는 관계 없음). 연합뉴스

불경기와 고환율 등으로 부산 면세점 업계 매출액이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부산 내 주요 면세점에는 3만 6184명이 방문했으며, 매출액은 87억 9328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출국장 롯데면세점과 중구 용두산공원에 있는 부산면세점 등 4곳을 합친 수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액과 방문객 수는 동시에 급감했다. 지난해 7월 부산 내 면세점 매출액은 146억 7926만 원이었고, 방문객 수는 5만 7819명이었다. 1년 만에 매출액이 40%정도 줄어든 셈이다.

면세점 업계는 높은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와 보따리상 수수료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면세점은 달러 기준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로 환율이 오르면 면세품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지난 5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89원인데, 이 때문에 백화점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면세품을 대량 구매하는 중국인 보따리상의 수수료 인상도 영업 손실을 키우고 있다. ‘큰 손’ 보따리상을 잡기 위해 국내 면세점 간 경쟁이 과열하면서, 보따리상들이 요구하는 수수료가 상품 정가의 40~50%까지 올라가며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객단가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최근 관광객들은 면세점에서 명품을 쇼핑하는 대신 올리브영 등 저렴한 소비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면세점 업계 불황은 전국적 사항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내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면세 업황의 극심한 악화를 이유로 인천공항공사에 매장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는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8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임대료 조정 절차가 결렬되면서 최악의 경우 이들 업체의 공항 면세점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에서도 지난 1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점에 있던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이 실적 부진 등으로 조기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에 김해공항 내 면세점도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항 이용객 수에 따라 임대료가 연동되는 방식인 인천공항과 달리 김해공항 면세점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지급한다. 이에 임대료로 인한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김해공항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대략 매출액의 30~40%를 임대료로 지급하고 있는 방식으로 인천공항과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부산도 전반적으로 면세점 매출액이 감소하는 추세”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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