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대표 맞잡은 손, 실질적 협치 결과로 이어져야
대통령 주선에 민생경제 협조 등 접근
계엄 상처 딛고 국익우선 협력 보여야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오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독 회동에 앞서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참석하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도 열렸다. 3자 회동에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서로 손을 맞잡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악수는 사람과만 하는 것”이라며 각종 행사에서 마주쳐도 서로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하던 여야 대표가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 해도 일단은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남은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국익을 위한 협치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찬 회동을 통해 여야 대표를 한자리에서 만난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로 꼽으며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 목소리도 최대한 많이 듣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상대에게 내밀 수 있는 가장 큰 협상력이 통합된 국민의 목소리라는 점을 절감한 이 대통령의 고백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야당도 주요 국가기관”이라고 평가하며 국힘을 향해 공통 공약 시행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더 많이 가진 여당이 좀 더 많이 내어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당부에도 이날 회동에서는 현안에 대한 양 당 대표의 입장차가 뚜렷이 드러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장동혁 국힘 대표는 특검법 개정안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에 대한 양 당 대표의 인식이 당장 교집합을 만들어 내기엔 너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동에서 장동혁 국힘 대표가 제안한 가칭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여야가 합의한 점은 전향적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도 영수회담에 언제든 응하겠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
머리 위로 포탄이 난무하는 전장에서도 물밑에서는 적국과의 협상 통로를 열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물며 한 국가 안에서 일시적으로 권력을 잡았거나 놓쳤을 뿐인 여당과 야당 사이의 정치적 관계라면 어떠해야 할 것인가. 모름지기 정치란 사회적 갈등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각을 예리하게 세우는 이면에는 국익을 위해 타협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나 외교와 내치 양 측면에서 누란지위에 놓여있는 한국의 처지에선 국익을 위한 초당적 협치는 최우선 덕목이어야 한다. 아무쪼록 어렵사리 시작한 여야 대화의 복원이 실질적인 협치로 이어져 끝내 국익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